행여 AI안경 오해받을까봐…"수능 때 렌즈 낀다" 학생·교사 노심초사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6일, PM 02:23

교육부가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대입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수능과 대학별 고사 감독 강화에 나섰다. 교육청과 대학에 관련 공문을 발송했지만 구체적인 적발 방법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이나 스마트워치 등 무선기기를 1교시 시작 전 제출하지 않고 시험 중 착용만 해도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의사항을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시내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전시된 AI 스마트 안경. 2026.10.19 © 뉴스1 구윤성 기자

"안경 쓰는 친구들은 수능 시험장에서 렌즈를 낄 생각이래요. 안경 잘못 썼다가 스마트 안경으로 괜히 오해받을 수 있잖아요."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안서현 씨(18·여)는 이렇게 말했다. 안 씨의 주변 수험생들은 다음 달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안경을 바꾸거나 렌즈를 낄지 고민 중이다.

수능을 약 3주 앞두고 교육 당국이 수험생의 스마트안경 부정행위 대비에 열을 올리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외관상 스마트안경과 생김새가 비슷한 뿔테 안경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스마트 안경은 인공지능(AI)과 연동돼 문제를 풀 수 있는 기기로, 시험지를 응시하면 내장 카메라가 문제를 인식하고 AI가 답을 찾아 렌즈에 띄운다. 이달 3일 서울시립대와 10일 연세대 수시 논술 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부정행위자로 적발되면서 교육 당국은 제재 강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서 시험 도중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는 것은 물론, 시험장에 반입하거나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로 간주한다. 감독관의 스마트 안경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다만 스마트 안경 판단 여부는 사실상 감독관의 몫이다. 감독관은 스마트 안경 착용이 의심되는 수험생을 발견할 경우 사전에 배포된 유의 사항을 참고해 스마트 안경 주요 특징을 기준으로 점검·확인해야 한다.

삼수생인 이 모 씨(21·여)는 "수능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시립대와 연세대 사건이 연달아 나오니 불안하다"며 "저희 같은 'N수생'(수능에 N번째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더 예민한 상태인데 부정행위로 의심받는 것보다는 렌즈를 끼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김 모 씨(49·여)는 "당장 수능을 앞두고 처음 있는 사태가 자꾸 벌어지니 걱정이 많다"며 "아이가 시험장에서 검사받지 않아도 다른 수험생이 적발되면 시험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지 않냐"고 우려했다.

(학부모·수험생 정보 공유 카페 '수만휘'의 학부모 게시판 갈무리)

전국 수험생과 학부모가 모인 유명 카페에는 수험생 본인이나 자녀의 안경을 살펴봐달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수험생의 학부모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아이가 평소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있는데 스마트안경 검사 때문에 시험 도중 흐름이 깨질까봐 걱정이다"며 "시험 전에도 검사를 하고 시험 도중에도 갑자기 벗어 보라고 한다더라"고 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뿔테 안경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생긴 안경을 끼는데 수능 때 바꿔야 하냐"고 묻는 한편, 일부는 "수능을 3주 앞두고 안경을 바꾸거나 껴본 적 없는 렌즈를 끼면 거기에 컨디션을 맞추는 것도 일"이라고 토로했다.

수능 감독을 맡은 교사들도 걱정이 크다. 스마트 안경 판단 책임이 감독관에게 달린 만큼 개인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지난 20일 교육부 지침을 두고 "첨단 전자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까지 감독관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같은 날 "스마트 안경을 식별할 전문 장비와 명확한 판결 기준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일선 감독관에게 식별·확인과 수험생과의 갈등 대응까지 맡기는 것은 과도한 부담 전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입 시험 외에도 최근 각종 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응시자들이 적발되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5월 22일 시행한 정보처리기사 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쓰고 시험을 친 20대 남성을 이달 업무방해 및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공소청에 불구속 송치했다. 7월 법학적성시험(LEET)에서도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응시자가 적발돼 점수 취소와 4년간 응시 제한 처분을 받았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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