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완벽했는데 퇴짜"…한국인 4명 중 1명 美비자 거절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6일, PM 03:23

[이데일리 김주환 기자] 미국을 방문하려는 한국인 4명 중 1명꼴로 비자 발급을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절률이 일본은 물론 미국이 적대국으로 분류하는 중국보다도 높아지면서, 미국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한미 외교 관계의 기류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비자를 발급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26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비자를 발급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26일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미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5 미국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기준 한국 국적자의 방문비자(B1·B2) 조정 거절률은 24.7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97%)보다 9.76%포인트(p) 급등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2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발급 건수 역시 2024년 1만5508건에서 지난해 1만2226건으로 20% 넘게 줄었다.

B1(단기 상용)과 B2(관광·치료·친지 방문) 비자는 90일 이상 장기 체류하거나 전자여행허가(ESTA) 이용이 불가능한 국민과 기업 출장자가 주로 신청하는 비자다. 한국인의 방문비자 거절률은 2021년 이후 줄곧 10%대 중후반을 유지해 왔으나 1년 만에 24%대로 치솟았다.

특히 일본과 중국 등 주변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일본 국적자의 거절률은 5.76%에서 5.68%로 소폭 하락했다. 미국과 비자 면제 협정이 없는 중국도 25.37%에서 20.21%로 5.16%p 떨어졌다. ESTA 협정국인 △독일(12.22%) △프랑스(9.67%) △영국(20.44%) 등 다른 동맹국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거절률이 높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국 대사관 인터뷰 탈락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한 비자 신청자는 “요구하는 증빙 서류는 훨씬 늘었는데 사유도 모른 채 거절당했다”며 “인터뷰 몇 분 만에 거절 레터를 받고 나오는데 황당했다”고 적었다. 게시판에는 “거절 이력이 남아 재신청도 막막하다” “한국 여권으로 비자 받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없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외교부는 미국의 전반적인 이민 정책 강화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는 “비자 발급 거절 사유는 미국 측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상세 사유 파악은 어렵다”며 “미국 내 이민 문제가 첨예한 국내 정치 현안이 되면서 비자 심사 정책 강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요원들이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해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요원들이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일각에서는 미 이민당국이 한국 기업의 현지 파견 인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한국을 일종의 ‘관심 국가’로 분류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체포·구금된 사태가 대표적이다. 미 당국은 국내 기업들이 현지 노동법을 우회하기 위해 단기 방문비자를 편법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국방 정책과 한·미 관계의 변화가 미국의 비자 발급 거절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이재명 정부. ‘회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악화’됩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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