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못좁힌 월급격차, 임금체계부터 바꿔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7일, AM 05:55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A사의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호봉직 동료들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기본급 800%의 상여금과 급식·통근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 회사는 채용절차와 업무의 차이를 주장했지만, 서울고법은 업무의 난도와 책임 등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해 12월 임금 차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구직정보 게시물(사진=이데일리 DB)
구직정보 게시물(사진=이데일리 DB)
정부가 이처럼 고용형태에 따라 발생하는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줄이고자 연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로드맵을 마련하는 가운데, 법에 원칙을 명시하는 것과 함께 실제 하는 일에 맞게 보상하는 임금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다 먼저 제도를 시행한 일본에서는 비정규직의 급여·수당이 개선됐지만, 기업마다 개선 폭이 달랐고 일부는 정규직 처우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6일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대응 상황 조사’에 따르면 기간제 전일제 근로자의 급여 항목을 신설·확대한 대기업 중 52.9%는 월급 인상 폭이 1~3%였다. 4% 이상 올린 기업은 23.7%였으며, 변화가 없거나 감소했다는 기업은 21.9%였다. 이는 2020년 제도 시행 이후 3년간 대응을 조사한 결과다.

전체 평균임금에서도 격차는 남았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상 2020~2023년 비정규직의 월 임금은 5.5% 올라 정규직 인상률인 3.7%를 웃돌았다. 하지만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66.3%에서 67.4%로 소폭 높아지는 데 머물렀다.

중소기업의 5.4%, 대기업의 2.7%는 정규직 처우 인하 등를 대응 방법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개정 지침과 시행규칙 등을 최근 마련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실제 맡은 업무와 책임에 맞게 보상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의 차별 예방 가이드라인에 등장하는 계약직 버스기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선 개편으로 정규직 기사보다 복잡한 노선을 운행하고 더 많은 승객을 태우게 됐지만, 임금은 여전히 적게 받는 경우다. 고용형태에 따른 기존 임금 차이를 유지하기보다 실제 업무의 난도와 업무량에 맞게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종·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노사 합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근로자마다 숙련도도 다르고 하는 업무도 다를 수 있으니, 평가를 제대로 한 뒤에 직무급 체계가 노사 자율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거치며 서서히 격차를 줄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마다 임금체계가 달라 단기간에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노사 대화와 합의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은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금격차는 정치 색깔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는 문제”라며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어갈 수 있는 국가 프로젝트처럼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한국 음식점과 상점이 밀집한 신오쿠보 거리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한국 음식점과 상점이 밀집한 신오쿠보 거리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진=국가데이터처)
(사진=국가데이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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