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잣집 다닥다닥, 늘어진 전깃줄…구룡마을 대형화재, 반복 원인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7일, PM 10:50

[이데일리 염정인 정유진 기자]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또다시 큰불이 나 소방이 약 6시간째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지 9개월여 만이다.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작은 불씨도 큰불로 번지기 쉬운 구조적 취약성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후 3시49분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2지구에서 불이 난 현장의 모습이다. (사진=정유진 기자)
27일 오후 3시49분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2지구에서 불이 난 현장의 모습이다. (사진=정유진 기자)
27일 소방과 구청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9분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2지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큰 인명피해는 없으며 주민 39명이 스스로 대피했다.

이날 화재로 남아 있던 160세대 가운데 77세대 107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불길은 1~4지구를 덮쳤으며, 특히 2·3지구에 피해가 집중돼 58세대 81명이 영향을 받았다.

앞서 지난 1월 16일에도 구룡마을 4지구에서 시작된 불이 인근 5·6지구까지 번지면서 소방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당시 불을 완전히 끄는 데 약 8시간 30분이 걸렸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 250여명이 대피했다.

구룡마을에서 대형 화재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불에 취약한 주거 구조가 있다. 취재진이 직접 일대를 방문해보니 주택 대부분이 나무판과 컨테이너 등을 이용한 가건물로 지어져 있고, 일부 지붕은 천과 부직포로 덮여 있었다. 보온용 솜과 비닐, 합판 등 가연성 자재도 겹겹이 덧붙여져 있기도 했다.

27일 취재진이 방문한 구룡마을 일대의 모습이다. (사진=정유진 기자)
27일 취재진이 방문한 구룡마을 일대의 모습이다. (사진=정유진 기자)
게다가 축구장 약 40개 규모의 부지에 8개 지구가 밀집해 있어 골목도 비좁다. 한 곳에 불이 붙으면 인접한 주택과 다른 지구로 빠르게 번지는 구조다.

여기에는 자전거와 이불 등 각종 물건이 쌓여 있기도 했다. 전봇대의 전깃줄도 지상 약 1.5m 높이에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합선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인 셈이다.

27일 취재진이 방문한 구룡마을 일대의 모습이다. 문 앞에는 갖가지 생활용품이 나와 있었다. (사진=정유진 기자)
27일 취재진이 방문한 구룡마을 일대의 모습이다. 문 앞에는 갖가지 생활용품이 나와 있었다. (사진=정유진 기자)
이날은 강풍까지 불면서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소방 관계자는 오후 7시 30분께 열린 현장 브리핑에서 “2지구에서 시작된 불이 바람을 타고 7지구까지 확산 중”이라며 “경계구역을 설정해 불길이 더 번지는 것을 최대한 막고 있지만, 소방용수가 부족해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불길이 더 번질까 우려했다.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확산하는 상황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번이나 불이 났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구룡마을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안모 씨는 “지난 1월 불이 나지 않았던 세대가 이번에 모두 불탔다고 봐야 한다”며 “외곽 꼭대기 일부를 제외하면 1~6지구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전모(60)씨는 이번 화재의 규모가 지난 1월 대형 화재와 비슷하다며 우려했다. 전 씨는 “오늘 바람이 강해 불이 계속 번지고 있어 불 끄기 쉽지 않겠다”며 “주민 대부분이 70대인데 진압이 늦어져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몰 이후 헬기를 이용한 진화 작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야간에는 지상 인력만으로 불길을 잡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지난 1월 화재 때도 지상 소방대가 마을 진화와 인근 산으로의 확산 저지 작업을 병행하며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한편 이날 소방당국은 오후 10시5분께 대응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연소 확대 가능성이 적어졌다고 판단되면서다. 다만 아직 큰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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