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거' 광고한 그들, 속내는 '헌금'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8일, AM 12:06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34년전인 1992년 10월 28일 자칭 기독교 공동체의 일원들이 휴거를 기다렸다. 신을 믿음으로써 얻은 특권으로 자신들이 ‘하늘에 들어올려짐’을 철썩같이 믿었던 이들은 28일 자정이 돼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침묵에 빠졌다. 이내 일부 교인들이 거짓에 속은 사실을 깨닫고 흥분해 난동을 부리면서 현장은 난장판이 됐다.
휴거 예측 당일 한 교회. KBS 자료화면
휴거 예측 당일 한 교회. KBS 자료화면
다미선교회는 1990년대 이장림이라는 인물이 중심이 돼 생긴 개신교 계열 사이비 종교였다. 기성 개신교단에서 사이비나 이단을 판정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지만 다미선교회는 이단 판정을 내리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1992년 10월 28일 0시에 휴거가 일어난다는 주장, 즉 특정 날짜를 고시한 시한부 종말론을 취하는 종파는 기독교 역사에서 예외없이 이단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독교 경전인 성경에서 종말의 계시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종말 그 자체를 계시할 뿐이다. 특정한 시기에 종말이 도래하리라는 교리를 내세우는 인물들은 대부분 ‘신을 만났다’, 혹은 ‘내가 신이다’ 라고 주장하며 절대자를 참칭하는 이들이었다.

다미선교회 역시 감리교 신자였던 이장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집단으로 당대의 사이비 종교 태반이 그렇듯 교리와 무관한 경제적 착취가 핵심인 조직이었다. 8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유별나게 사이비 종교의 발흥이 두드러졌는데, 특히 세기말이라는 2000년이 다가오는 시기가 되면서 상당수가 휴거 등 극단적인 종말론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미 선교회도 이 종말론적 허세를 핵심 주장으로 내세우며 교세를 모았고 그 과정에서 교인들의 헌납금으로 상당한 치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말론에 눈이 멀어 부동산을 매각하고 전세금을 갖다 바치는 일들이 횡행했고, 다미선교회가 휴거 소동 후 사과문을 발표하고 헌금반환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알려진 헌금 액수만 25억원이나 됐다.

그런데도 이장림은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약간의 현금 몰수형만 선고받았다. 1993년 출소한 뒤에는 시한부 종말론은 잘못된 것이라며 자신의 과거 종교 활동 일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휴거 실패 후 혼란 빠진 한 교회. KBS 자료화면
휴거 실패 후 혼란 빠진 한 교회. KBS 자료화면
다미선교회 휴거 소동은 휴거라는 말 자체를 대중에 알린 사건이었지만 휴거 주장과 예측 실패는 기독교계 사이비 역사에서 꽤 오래된 전통이다. 애초에 휴거라는 표현 자체도 ‘rapture’라는 영어 표현을 이장림이 번역한 것으로, 종말의 날에 이르러 선택받은 신자들이 하늘로 가리라는 원념은 서구 기독교계에서도 뿌리 깊게 내려오던 것이었다. 특히 재림주의(adventism), 세대주의dispensationalism)의 영향을 받은 교파에서 이같은 종말론 추종이 잦았고 기록된 것만으로도 19세기에 이미 종말 일자의 특정과 그 실패에 따른 혼란이 확인된다.

합리주의가 완연하고 세속적인 제도도 안정된 요즘에는 이같은 황당한 종말 신앙이 잦아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종교와 신앙이 이끄는 시대가 여전한 듯도 한데, 신천지 같은 보통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종교관을 가진 집단이 건재하고 터무니없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고도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사람들이 여럿인 것이 현실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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