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 약속 취소하면 엄마 죽는다"…'1인 2역' 무당의 사기극 전말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8일, AM 06:00


"귀인과의 약속을 취소하면 너와 너의 엄마는 죽는다."
2024년 9월 24일, 네일숍을 운영하던 여성 A 씨에게 섬뜩한 경고가 날아들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자신을 신내림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당이라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불길한 말을 꺼낸 건 아니었다. 무당은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며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고 접근했다.

그러나 사주풀이가 시작되자 태도가 달라졌다. 무당은 A 씨가 암에 걸릴 사주라고 했다. 어머니도 뇌졸중으로 곧 숨질 수 있다는 말까지 꺼냈다.

불행을 피할 방법도 제시했다. 나쁜 기운을 없애줄 '귀인'이 있으니 자신이 소개하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라는 요구였다.

A 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무당은 어머니의 목숨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다. 이어 귀인에게 현금 200만 원을 맡기면 로또 2등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결국 이틀 뒤인 9월 26일, A 씨는 자기 집에서 '귀인'이라는 남성에게 현금 2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무당과 귀인은 애초에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카카오톡으로 사주를 봐주던 무당도, A 씨 앞에 나타나 돈을 받아 간 귀인도 모두 남성 B 씨였다.

B 씨는 범행을 위해 네일숍 운영자들의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연락처를 수집했다. 무료 사주로 접근한 뒤 피해자나 가족에게 닥칠 불행을 내세워 기도비와 과일값 등을 요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귀인'의 역할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액운을 없애주는 존재로 소개하더니, 나중에는 거액의 재산과 수익을 안겨줄 인물로 내세웠다.

2025년 1월에는 또 다른 피해자에게 귀인이 집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세금 문제가 생겼다고 속였다. 세금 1300만 원을 내지 않으면 귀인의 전 재산인 17억 원이 날아간다며 990만 원을 받아냈다.

같은 해 4월에는 귀인과 성관계하면 인생이 바뀌고 돈을 맡기면 4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2000만 원을 가로챘다. 로또 당첨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일도 계속됐다.

이처럼 B 씨가 2024년 9월부터 약 1년 동안 여성 4명을 상대로 돈과 물품을 가로챈 횟수는 모두 58차례였다. 피해액은 2억 2193만 원에 달했다. 일부 피해자와는 귀인 행세를 하며 성관계까지 가졌다.

B 씨는 편취금 상당 부분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투자금이 모두 손실 났다고 주장하면서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구속된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B 씨는 피해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해외에 자산이 7억 원 정도 있으니 옥바라지하면서 기다려라. 출소하면 집과 차를 사주겠다"며 합의를 요구했다.

B 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반성문에서는 무속인 사기를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한 일' 정도로 여긴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무속인 사기와 별도의 취업 알선 사기·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지난 1월 20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죄의 경위, 수법, 편취액의 정도, 피해자들에게 입힌 정신적 고통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고인의 자백이 진정한 반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B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별도로 징역 8개월이 선고된 사건까지 병합해 심리한 뒤 원심 판결들을 파기하고 지난 4월 28일 B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물색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신내림을 받은 무당인 것처럼 속여 기도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거액을 편취했다"며 "무당이 보낸 귀인 역할까지 맡아 일부 피해자들과 성관계를 가졌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데다 엄벌 탄원까지 받고 있다"고 밝혔다.

movegu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