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영장 서류들을 가져가 오랜 시간 반환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는 절도죄로 처벌할 순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절도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모 씨(86)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환송했다.
경찰은 지난해 1월 김 씨 배우자의 주택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김 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김 씨 명의의 은행·카드 명세서 30장을 압수하자, 김 씨는 "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의하며 명세서를 가져갔고, 이를 되찾으려는 경찰관의 가슴을 밀쳤다.
경찰이 명세서를 회수하자 김 씨는 테이블 위에 있던 영장 원본과 압수 목록 교부서 등을 가져가 거실 소파 위에 놓고 그 위에 앉았다.
김 씨는 "명세서를 돌려주면 서류들을 다시 돌려주겠다"며 반환을 거부했고, 서류를 돌려 달라는 경찰관의 손등을 때리고 철수하는 다른 경찰관의 뒤통수에 굵은소금 뭉치를 던져 맞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영장 원본 등을 돌려받지 못하고 철수했고, 김 씨는 27일이 지나서야 경찰 요청으로 이를 임의 제출했다.
검찰은 공무집행방해와 절도 혐의를 적용해 김 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재판에서 "위법한 공무집행이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 중 '피의자가 부산 A구에 거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문서, 각종 영수증'을 포함하고 있을 뿐 영수증 소유자를 (주택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우자나 아들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장에 기재된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 명의 물건을 압수한 것 자체로 압수 절차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씨는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명세서 등을 돌려받기 위한 수단으로 일시적으로 영장을 소지한 것이어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절도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경찰관의 반환 요구를 여러 차례 거부했고, 반환을 포기한 경찰관들이 주거지에서 나갈 때까지도 김 씨는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며 "상당한 장시간 점유해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는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절도죄는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 씨가 영장 등을 상당히 장시간 점유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영장 등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음이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명세서를 돌려주면 영장 등을 반환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김 씨에게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원본은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이 그 용법에 따라 이용 및 처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압수 목록 교부서는 피압수자 등의 권리 보호를 위해 작성·교부되는 서류인 점을 보면 김 씨가 영장 등을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