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 시신' 악취 나는데...80대 집주인 "인형인 줄 알았다"(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8일, PM 01:28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서울 구로구 주택가에 미라화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60대 남성이 시신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80대 건물주의 지시에 따라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주는 “시신이 인형인줄 알고 버리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3시 32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골목에서 남성이 포장물에 싸인 시신을 옆구리에 끼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CCTV 화면 갈무리)
지난 22일 오후 3시 32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골목에서 남성이 포장물에 싸인 시신을 옆구리에 끼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CCTV 화면 갈무리)
◇인형인 줄 알았다는 집주인…세입자는 시신 의심하고도 유기

2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전날 오후 4시부터 4시 15분께 사이 60대 남성 A 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80대 남성 B 씨를 사체유기교사 혐의로 각각의 주거지에서 순차적으로 긴급체포했다.

B 씨는 자신이 소유한 다세대주택에 있던 물건을 A 씨에게 버리도록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람의 시신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인형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어 버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오후 3시 32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골목에서 남성이 포장물에 싸인 시신을 옆구리에 끼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CCTV 화면 갈무리)
지난 22일 오후 3시 32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골목에서 남성이 포장물에 싸인 시신을 옆구리에 끼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CCTV 화면 갈무리)
반면 시신을 유기한 A 씨는 유기 과정에서 시신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B 씨의 지시에 따라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에 의문이 있다고 보고 보강수사를 통해 신빙성을 확인할 방침이다.

두 사람은 오래전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알게 된 사이였다. A 씨는 과거 B 씨 소유의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다 다른 곳으로 이사한 뒤에도 B 씨의 일을 도와왔다. B 씨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유기 장소에는 A 씨 혼자 갔으며, 당시 통행하는 사람이 없어 주민들에게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B 씨가 유기 장소까지 지정했는지, 별도로 돈을 건넸는지, 두 사람이 사전에 유기를 모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7일 미라화된 남성 시신이 발견된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쓰레기 수거 장소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27일 미라화된 남성 시신이 발견된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쓰레기 수거 장소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쓰레기 배출 장소에 닷새간 방치…사인은 미궁 속

시신은 지난 22일 유기된 뒤 27일 오전 11시께 환경미화원이 발견할 때까지 같은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장소는 평소 주민들이 쓰레기를 배출하는 곳으로, 이 기간 다른 환경미화원들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신이 담긴 물체에는 별도의 폐기물 배출 표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환경미화원들이 음식물쓰레기나 대형폐기물 등 각자 담당하는 폐기물만 수거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남아 있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다만 수거되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발견 당시에는 악취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50~8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점 외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국적과 거주지, 사망 시점과 사인, 사망 이후 시신이 보관된 장소와 기간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사망자가 B 씨의 세입자였는지, 고독사한 뒤 뒤늦게 발견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해당 다세대주택에서 실종되거나 연락이 끊긴 것으로 확인된 세입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관상 뚜렷한 타살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으며, 부검 결과와 추가 수사를 통해 두 피의자가 사망에 관여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추가 혐의 적용 여부 역시 수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할 예정이다.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 확인과 보강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날 중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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