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이런 중차대한 수사 과정에 촬영을 못 하게 하는 게 맞습니까?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조율을 해주세요.”
28일 오전 9시 48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투표용지 공개검증을 시작하려고 하자 경기장 내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참관인의 사진·영상 촬영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일부 참관인도 특검 측에 “촬영을 허용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 측은 “입장 번복은 없다”며 당초 입장을 고수하면서 특검팀의 현장 검증은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28일 선관위 특검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검증이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검증참관인으로 참석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참관 현장의 촬영 불가 방침을 두고 이태한 특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핸드볼경기장 내 줄지어 놓여진 40개 탁자 위에는 검증에 필요한 투표지 계수기 4대와 계산기, 파란색 골무 등이 준비돼 있었다. 현장에는 ‘검증사무원’ 비표를 목에 건 선관위 직원 등 12명씩이 자리를 지켰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참관인들은 탁자마다 배치된 촬영장비 옆에서 검증 준비 과정을 지켜봤다.
특검팀은 당초 9시부터 검증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시위대들의 반발과 경기장 입구에 설치된 장애물 등으로 인해 진입이 늦어졌다.
이 특검은 오전 9시 37분께 인사말을 통해 이번 현장 검증의 취지와 절차를 설명했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 및 투표 중단 사태로 함축되는 대한민국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잘 알고 있다”며 “막중한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 공원 투표지 공개검증 현장을 찾아 선관위 특검 현장 검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 특검은 “이번 검증과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선거 관리상의 문제점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검증 시작 직전 국회 참관인의 검증 현장 촬영 가능 여부를 두고 논쟁이 발생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검 측에 참관인의 사진·영상 촬영을 금지한 방침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검과 참관인이 공동으로 촬영하는 방안 등도 제시했다. 다른 참관인도 과거 촬영 자료가 폐기돼 활용되지 못한 사례를 거론하며 촬영 허용을 요청했다.
특검 측은 “각 테이블마다 영상 촬영 장비를 배치했다”며 “개인 촬영을 허용하면 절차 진행이나 보안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원칙적으로 불허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참관인이 이상투표지 등에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투표지를 별도 분류해 촬영하고 증거로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별 참관인의 촬영 허용 여부와 검증 절차의 신뢰성 확보는 별개”라며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이어 “저희를 믿고 맡겨주기 바란다. 더 이상의 이의 제기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에도 항의가 이어지면서 현장 검증은 좀처럼 시작을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 김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참관인들은 촬영 문제를 다시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도 이 특검에게 직접 다가가 항의했다.
여야 인사들 사이에서도 언성이 높아졌다. 한 여당 의원은 “선동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이다. 의견 개진을 왜 선동이라고 하느냐”고 맞섰다. 같은 당 김태규 의원도 “이렇게 관례적으로 일하시면 안 된다. 특검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며 “선동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항의했다. 항의가 계속되며 현장 검증은 답보 상태다.
한편 이번 검증은 특검의 수사활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공직선거법상 선거쟁송 절차에 따른 재검표는 아니다. 따라서 지방선거 당선인 결정이나 득표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