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고소해도 "고위험 아냐"…따로 노는 가해자·피해자 관리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9일, AM 05:50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지난 7월 5일 경기 성남시에서는 전 연인의 스토킹으로 경찰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던 60대 여성이 숨졌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긴급신고를 한 지 3분 만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범행은 이미 벌어진 후였다.

가해자는 범행 약 1개월 전 피해자에게 문자 메시지 8건을 보내고 전화를 15차례 시도했다. 이에 피해자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가해자를 고소했고, 경찰은 피해자의 스토킹 피해 등급을 A등급으로 지정해 주 1회 전화 모니터링 대상으로 관리했다.

반면 가해자는 3단계의 위험 체계 중 고위험 관리 대상에 지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경기남부경찰청이 경기 성남시에서 발생한 '교제폭력 살인 사건'에 대해 같은 달 6일 기자단 정례간담회를 열고 밝힌 내용이다.

관계성 범죄는 가족과 연인 등 밀접한 관계에서 발생해 신고 후 재접근이 쉬운 만큼 공백 없는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경찰의 체계가 제각각인 데다, 전화 위주의 피해자 모니터링만으로 고위험 가해자의 재범을 막기엔 허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경찰은 관계성 범죄 신고가 접수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험도를 각각 별도의 체계로 나눠 관리한다.

피해자의 경우 A·B등급으로 나누고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A등급은 최근 3년간 신고가 2회 이상 또는 1년간 신고가 3회 이상 접수된 경우의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등급으로 범행 재발 우려가 높은 대상자에게 부여된다. B등급은 이보다 위험도가 낮은 보통 단계에 해당한다.

가해자는 고·중·저 3단계의 위험 체계로 구분해 관리한다. 관계성 범죄 관련 신고가 반복되거나 폭력성 징후가 확인되는 등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고위험 관리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A등급으로 지정된 사건의 가해자가 무조건 고위험 대상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경찰 관리 체계는 가해자와 피해자에 별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청과장은 "A등급 피해자라고 가해자도 반드시 고위험군에 드는 것은 아니다"며 "특히 관계성 범죄는 개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이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고위험 가해자 구분과 관리가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A·B등급으로 지정된 피해자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 역시 대부분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이뤄져 즉각적인 현장 대응이 어렵다.

경찰은 이들 관리대상자를 상대로 주기적인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해 위험도를 점검하고, 위험도가 낮아졌다고 판단하면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 다만 가족이나 연인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관계성 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전화만으로는 정확한 범죄 위험도를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

또 다른 경찰서 여청과장은 "전화 모니터링만 하기엔 한계가 있는 건 맞다"며 "사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신고가 과도하게 접수되면 가정 방문을 가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피해자 모두를 계속 살피기 어렵다"고 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경찰의 추적 관리와는 별개로 현행 관리 체계가 피해자 보호에 실효성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범죄 신고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검거 인원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제폭력 112 신고는 지난해 10만 5327건으로 연간 신고 건수 10만 건을 처음으로 넘겼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5만 7305건 △2022년 7만 790건 △2023년 7만 7150건 △2024년 8만 8394건 △2025년 10만 532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5년 새 약 1.8배 늘어난 셈이다.

반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같은 기간 1만 명대에 머물렀다. 2021년 1만 975명이었던 검거 인원은 △2022년 1만 2828명 △2023년 1만 3921명 △2024년 1만 4900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만 4526명으로 다시 소폭 줄었다.

반복 신고 등이 포함된 만큼 신고 건수와 검거 인원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신고 건수는 10만 건을 넘긴 데 반해 검거 인원이 10분의 1 수준에 머무른 것은 관계성 범죄 신고가 곧바로 검거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찰에 접수된 교제폭력 반복 신고 사례도 적지 않다. 경찰의사회적 약자 보호 종합 플랫폼(SAN)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제폭력 사건이 최초 접수된 이후 10회 이상 재신고한 피해자는 411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가해자에 대한 재신고뿐 아니라 다른 가해자나 불특정 가해자에 대한 신고도 포함됐다.

일선경찰서 여청과장은 "반복 신고 이력이 있더라도 신고 횟수만으로 가해자를 체포할 수는 없고, 범죄 혐의와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해자 격리를 강화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험성 평가 지표를 통일해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제도가 요구되고 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험성 평가 결과가 상반된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 보호를 중점적으로 하기 위해 평가지표를 통일화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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