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이 공식적으로 출범한 2일 서울 중구 중수청에 중대범죄수사청 현판이 걸려 있다. 2026.10.2 © 뉴스1 이호윤 기자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동시에 쏟아졌던 고소·고발 건들이 하나둘 경찰로 이첩되고 있다. 출범 초기 중수청 수사 관할이 아닌 사건들이 다수 접수됐는데 이를 분류해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사건 수사에 집중하기도 전에 무분별하게 접수된 고소·고발에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중수청은 김지용 중수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사건을 지난 23일 경찰에 이첩했다. 서울중수청은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라고 표현해 고발된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건도 같은 날 경찰에 이첩했다.
중수청이 두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이유는 중수청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 청장과 추 지사 사건 모두 명예훼손 혐의 고발인데, 명예훼손은 중수청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중수청은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를 수사한다. 또중수청법은 반부패수사국이 공무원의 부패·마약류·정치자금·방위사업·군사기밀 범죄 사건 등을 수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중수청 수사 요건에 맞지 않는 고소·고발이 많이 접수되면서, 경찰에 무엇을 이첩할지 검토·분류하는 데에 실무진의 행정력이 과도하게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치인·공무원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반부패수사국이다. 중수청이 출범한 지난 2일 이후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갓 출범한 중수청에 유력 정치인, 공무원 관련 고소·고발을 앞다퉈 접수했다.
중수청은 대부분의 관련 사건들을 반부패수사국에 배당했다. 임 청장, 추 지사 사건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 이재명 대통령 고발 사건, 자녀 스펙 수사 무마 관련 한동훈 무소속 의원 고발 사건 등이 서울중수청 반부패수사국에 배당된 상태다.
하지만 사건을 들여다보면 수사 대상이 공무원이라 반부패수사국에 배당됐을 뿐, 혐의 등은 중수청의 수사 요건에 들어맞지 않는 게 상당한 게 현실이다.
다수의 고소·고발을 떠맡게 된 중수청 실무진은 사건 하나하나를 검토해 중수청 수사 대상인지,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할지 등을 분류하고 있다.
중수청 관계자는 "수사 대상에 들어맞는지 여부는 피고소·피고발인이 누구인지 뿐만 아니라 죄명 등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개청하면서 사건들이 엄청나게 접수됐기 때문에 저희가 배당 후에도 일일이 수사대상이 맞는지 분석·검토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문을 닫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출범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진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모습. 2026.10.2 © 뉴스1 이광호 기자
이같은 고소·고발이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중수청과 경찰의 수사 대상이 일부 겹쳐서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국가보호·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를 수사하는데, 이중 부패·경제 등이 경찰과 수사 대상이 겹친다.
물론 시민 입장에서도 어떤 사건이 어느 수사기관에서 수사될지 구분해 사건을 고소·고발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한 개의 사건을 중수청과 경찰 모두에 접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경우엔 건건이 중수청과 경찰 중 누가 수사할지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중수청과 경찰 모두에게 고소장을 제출한 시민 A 씨는 "처음에 서울경찰청에 사건을 접수했다가 일선 경찰서에 배당됐는데, 빨리 수사가 이뤄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중수청에도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다만 중수청과 경찰 중 누가 제 사건을 수사하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수청·경찰의 수사 대상이 일부 겹친다는 점을 역으로 악용해 수사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중수청에 일단 사건을 접수하는 고발인들도 있어, 행정력이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단 지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발인들이 사안의 중대성을 부각하기 위해, 갓 출범한 데다가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수청에 자신의 사건을 접수하는 것이다.
중수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시민 B 씨는 "중수청 수사 대상이 아닌 혐의임을 알면서도, 중수청이 워낙 이슈의 중심에 있다 보니 사안을 강조하기 위해서 고발장을 중수청에 냈다"고 했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