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장 메모·흰 국화·눈물…"네 번째 10월" 이태원 골목 추모 발길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9일, PM 05:06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6.10.28 © 뉴스1 김민지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은 29일.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메모를 적어 벽에 붙이거나 국화를 헌화하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흰 국화와 꽃다발이 20m 넘게 줄지어 놓여 있었다. 골목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모 수백 장이 빼곡히 붙었다. 한글뿐 아니라 영어와 일본어, 아랍어 등 여러 언어로 작성된 메시지도 있었다.

시민들은 "다시 찾아온 이태원, 벌써 네 번째입니다. 그곳에서는 따뜻하고 평화롭기만을 바랍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끝내 피우지 못한 꿈들을 가슴에 담습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한 메모에는 "거창한 말보다 사람을 잃은 사람들 옆에 잠시 멈춰서 그 슬픔을 기다리고 바라봐주고 싶었습니다"라는 글이 적혔다.

후드 모자를 눌러쓴 여성은 메모를 들여다보다 눈시울을 붉혔다. 한동안 글을 읽던 여성은 골목 한쪽에 놓인 바구니에서 국화 한 송이를 꺼내 헌화한 뒤 자리를 떠났다. 외국인 방문객들도 발걸음을 멈춰 메모에 적힌 글들을 살펴봤다.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인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를 보고 있다. 2026.10.29 © 뉴스1 이동건 기자.

학생 3명과 교사 1명도 골목을 찾았다. 학생들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설치된 빌보드의 이야기를 몇 분간 읽고 묵념과 헌화를 하는 등 30분 넘게 추모 공간에 머물렀다.

대안 교육기관 '아름다운 학교' 교사 이유진 씨(31·여)는 "시민사회 수업에서 이태원 참사를 다루고 있는데, 학생들이 현장에 와본 적이 없어 직접 보고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조예람(13·여) 양은 "그냥 다른 길과 다름없어 보이는데 여기서 참사가 일어났다는 게 직접 걸어보니 오히려 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희생자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친구의 친구'라는 인연이 있는 한 일본인 방문객도 이날 추모를 위해 일부러 골목을 찾았다. 그는 "우리도 물론 슬픈 마음이 있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더 큰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했던 다나(24·여)도 현장을 찾았다. 그는 참사 당일 친구들과 이태원에 가려던 계획을 바꿔 에버랜드를 찾았고 그날 밤 참사 소식을 접했다.

다나는 "한국을 다시 방문할 때마다 이곳에 오면 기분이 이상하다"며 "이렇게 좁은 골목에서 일어난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희생자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께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참사 당시부터 4년째 매년 같은 날 골목을 찾는 시민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30대 여성은 "유가족들이 아직 진상 규명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어 마음으로라도 응원하고 싶다"며 "이런 마음이 유가족들에게 전달돼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주기 추모 문화제에 참석했던 박다은 씨(20·여)도 올해 다시 골목을 찾았다. 박 씨는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더 이상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뭔가를 하고 싶다"며 헌화했다.

한편 이날 송두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도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했다. 송 위원장은 별도 발언 없이 추모한 뒤 자리를 떠났다.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한 유가족이 이태원참사 4주기를 맞아 새롭게 교체된 13번째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를 보고 있다. 2026.10.28 © 뉴스1 김민지 기자


movegu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