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나이만 올리면 끝?…임금·연금·퇴직 등 통합 설계해야"[만났습니다②]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30일, AM 04:32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정년 연장할 때 연령만 딱 올리는 나라는 없다. 고령자 고용정책으로 정년을 연장할 때는 임금·근로시간·직무 조정, 연금, 단계적 퇴직 같은 걸 함께 설계한다.”

김덕호 성균관대 RISE 사업단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법정 정년을 높이는 데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임금과 직무, 근로시간을 조정하고, 청년의 취업 기회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적 정년을 65세까지 늘리는 정년 연장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다. 애초 지난해 법안 발의를 목표로 했지만 올해도 논의가 지지부진해 연내 입법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RISE 사업단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김덕호 성균관대 RISE 사업단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김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어 정년 연장과 임금·연금제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단계적 퇴직법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사용자가 임금과 연금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한다”며 “유연연금제에 따라 수급요건을 갖추면 연금 일부를 받으면서 일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통합적으로 정년 연장 정책을 설계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체계적인 논의 없이 그냥 나이 기준만 올리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는 대신 재고용을 중심으로 65세까지 고용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을 택했다. 한 일본 기업은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을 확대해 마련한 재원을 재고용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활용하는가 하면, 직무를 재설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임금과 고용 유연화가 필요한데 노동계에서 반대하니까 (국회에서) 못하고 있다”며 “(고용과 해고를) 유연하게 풀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더 오래 일하게 해주고 노동시장 안팎의 이동도 원활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이 청년의 취업 기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세대 간 이해를 조율하는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8명 이상(81%)은 정년이 법적으로 연장될 경우 청년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취업 청년의 취업 준비 실태조사’ 결과보다 1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고용·노동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굉장히 중요한데 대부분 노동조합 등 조직된 노동자의 목소리에 비해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과 조직되지 못한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기회와 보호를 넓히는 문제를 더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년 연장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전환을 논의할 때도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기회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 사이의 소득 공백인 ‘소득 크레바스’에 놓인 대기업 정규직의 어려움에 주목하는 것처럼, 취업하지 못한 청년과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어려움에도 같은 무게를 둬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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