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호 성균관대 RISE 사업단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법이 시행 7개월을 맞아 현대제철처럼 교섭을 시작한 사업장이 등장한 반면, 한화오션처럼 노사 갈등이 깊어지는 곳도 있다.
원청과 하청노조의 교섭을 가로막는 원인은 무엇이고, 새 제도가 실제 대화와 타협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김 교수에게 해법을 물었다. 그는 고용노동부와 경사노위 상임위원을 역임하며 30여 년간 고용·노동정책을 설계해온 행정가이자 공인노무사다.
김 교수는 “원청노조는 그동안 교섭을 해왔지만 하청노조는 그동안 참았던 요구가 터져 나오니 교섭 질서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쌓여온 요구를 교섭으로 풀어갈 질서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원청이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를 가리는 노동위원회 판정조차 갈등을 매듭짓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는 “한화오션처럼 노동위원회 판정이 분쟁의 종착지가 아니라 다음 분쟁의 출발점이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초심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 재심으로 가고, 재심 판정을 받은 주요 사건들이 다시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노동위가 ‘판정기관’을 넘어 ‘교섭 질서를 만드는 기관’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서 나아가, 노사가 교섭의 범위와 책임을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동위의 성과를 ‘사용자성을 몇 건 인정했느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판정 이후 실제 교섭이 시작됐는지, 그리고 비슷한 사건이 다시 노동위와 법원을 반복해서 오가지 않아도 될 만큼 기준이 축적됐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판정문에 사용자성을 인정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어떤 의제에 대해, 어떤 사실을 근거로, 원청의 어떤 권한 때문에 사용자성이 인정됐는지를 판정문에서 훨씬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같은 납기 관리나 안전 관리, 전산시스템 통제를 두고 사업장마다 결론이 달라진다면 왜 다른지를 설명해서 어느 정도 공통된 기준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호 성균관대 RISE 사업단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7개월을 평가한다면.
“현장의 다양한 상황에 맞게 규정을 구체화하지 못한 탓에 노동위원회에서 나온 판정 상당수가 법원으로 가고 있다. 아직도 교섭 요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아직 제대로 된 원·하청 교섭이 이뤄지지 않아 법 자체를 평가하기 어렵다. 중요한 건 선례를 남기는 것인데, 최근 현대제철이 첫 교섭 사례로 나왔다. 노동부도 모범 사례로 삼고 교섭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맹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원청노조에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들어오면 굉장히 엄격하게 보고, 웬만하면 생산직과 사무직도 분리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노조는 상급단체 간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갈등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가 너무 쉬워져 모두 개별교섭을 주장할 것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여러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개인적으로는 의제를 딱 정해서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면 한다. 그러면 사용자는 서면에 담긴 의제를 (원·하청이 함께 교섭할) 공통 의제와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따로 교섭할) 개별 의제로 분류하고, 각각의 범위 내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분명한 질서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산업안전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된 다음에 임금이나 다른 의제를 또 요구하면 다시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아예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다투면 원청도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예측도 가능해진다.”
-한화오션의 원·하청 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한화오션이 일단 교섭 테이블에 앉아서 노조와 첫 번째 원·하청 교섭 모델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교섭 의제를 ‘원청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의제’, ‘원·하청이 함께 결정해야 하는 의제’, ‘하청 사용자가 결정할 의제’ 등 세 가지로 나눈다. 그리고 6개월이나 1년 정도 운영해본 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화오션과 같은 조선업 사업장에는 수많은 협력업체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법적 다툼으로 승패를 가리기보다 ‘새로운 원·하청 교섭은 이렇게 한다’를 보여주는 첫 사례로 만들었으면 한다.”
-은행권은 유일하게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업계다. 은행 개점 시간을 늦춘 산별교섭 결과를 평가한다면.
“금융노조에서 산별교섭이 가능한 건 하청이 없고 원청 노동자끼리만 교섭해서 요구사항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산별교섭은 원·하청 간 균형을 위해서 하는 교섭 형태다. 현재 금융노조는 이미 가진 노동자끼리 뭉쳐 집단 이기주의로 향하고 있어 산별교섭의 이정표라고 보기 어렵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먹고살려고 은행을 오전 9시부터 방문하는데, 은행 노동자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고 개점 시간을 9시 30분으로 늦춘다는 건 ‘공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한 산별교섭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은
“산별교섭을 하면 원청 기업, 하청 기업, 원청노조, 하청노조의 대표 선수들이 모인다. 부부싸움하듯이 서로 공격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도 한다. 원청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 원청은 하청 단가를 내릴 수밖에 없고 결국 하청노조만 어려워진다. 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은 원청노조와 하청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해서 중복교섭이 많아질 것이다. 이제는 원청 기업도 (산별교섭을 염두에 두고) 소통을 해야 할 때다. 산별교섭까지는 아니어도 업종별 대화 채널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선 신뢰를 비롯해 다져야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정부가 그 준비를 해줘야 한다.”
김덕호 성균관대 RISE 사업단 교수는...
△1969년 경남 진해 출생 △성균관대 사회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영국 워릭대 노사관계학 석사 △성균관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36회 고용노동부 입직 △세계은행(World Bank) 선임전문위원 △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 대변인, 근로감독정책단장, 기획조정실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성균관대 RISE 사업단 교수(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