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사법개혁을 '동물농장'에 빗대…"부당한 공격엔 맞서야"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30일, PM 07:38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현직 법관이 검찰청 폐지와 대법관 증원, 대법원장 탄핵소추·국정조사 시도 등 최근 사법제도 변화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비유하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성 판사는 "우리나라 최고 법인 헌법이 있듯 동물농장 세계관에는 '동물 칠계명'이라는 일종의 최고 법이 등장한다"며 "동물은 모두 친구이자 평등하다고 부르짖던 최초의 동물 칠계명은 이후 교묘하게 바뀌었고 '벤자민'이라는 당나귀는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돼지들이 동물 칠계명을 슬그머니 바꾸는 것도 폭정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결국 동물농장은 처음의 희망찬 출발과는 다르게 돼지들의 철권통치에 잠식되는 결말을 맞이했다"며 "요즘 벤자민의 모습에서 자꾸만 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사법제도는 유례없는 대격변을 겪었다"며 "그 대격변이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자꾸만 무서운 마음이 들고 불안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이어 "사법제도를 잘 알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다른 많은 분 중에서, 이 공포심과 불안감을 해소해 주시는 분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며 "검찰의 폐지, 대법관 증원, 이른바 ‘법 왜곡죄’의 신설, 재판소원의 도입,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및 국정조사 시도와 같은 일련의 변화와 심각한 혼란 속에서 결국 단 한 줄로 요약된 동물 칠계명이 떠오른다"고 썼다.

성 판사는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격과 비난을 당하고, 목적이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입법과 여론전이 난무하며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형사사법 체계가 검찰 출신인 저조차 제대로 알 수 없게 바뀌는 등 사법부의 독립이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고, 오히려 수장만을 탓하는 듯하다"며 "저와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은 충분히 알고 이해하지만, 최근 이뤄진 일련의 변화를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을 위한 발전적인 것'으로 단언할 수 있는 분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저도 그저 벤자민처럼 살면 마음도 편하고 걱정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이건 정말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법 앞의 평등'을 지키기 위해서 사법부의 독립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든 공감하리라 믿는다"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 판사는 "헌법에 법관의 역할과 권한에 관한 여러 내용을 규정해 둔 것은 문제를 외면하고 순응하라고 만들어 둔 것이 절대로 아닐 것"이라며 "법원 구성원이 다들 벤자민처럼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와 관련해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알고만 있다는 것이 절대로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나간다'는 말이 떠오르는 하루"라며 "어떤 법관으로 살아갈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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