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4층 높이에서 추락할 위기에 놓인 남성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달려간 몽골인 노동자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 생활 7년 차 바트바야르 잔단바트 씨가 그 주인공이다.
충남 당진 아파트 14층에서 안전끈이 끊어진 외벽 작업자의 발은 공중에 떠 있고 그를 몽골인 잔단바트 씨가 꽉 붙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은 지난해 11월 14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다. 당시 외벽 작업을 하던 남성 A씨는 안전띠가 끊어지면서 14층 높이에 위태롭게 매달리는 아찔한 상황에 처했다.
당장이라도 추락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 맞은편 아파트에서 이삿짐을 나르던 몽골 출신 노동자 잔단바트(한국 체류 7년 차) 씨가 A씨의 다급한 비명을 들었다.
외벽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외치는 A씨를 목격한 잔단바트 씨는 즉시 119 신고에 신고해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작업을 멈추고 곧장 현장으로 내달렸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가 직접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뛰기 시작한 것이다.
잔단바트 씨는 맞은편 아파트로 달려가 허겁지겁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다소 어눌한 한국어 발음과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그에게 처음에는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거듭 도움을 청한 끝에 한 주민이 문을 열어줬고, 그는 곧장 베란다로 향했다.
잔단바트 씨는 난간 밖으로 손을 뻗어 A씨를 붙잡았지만 구조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삿짐을 나르며 힘 쓰는 일에는 잔뼈가 굵은 잔단바트 씨라도, 높은 곳에 속수무책으로 매달린 성인 남성을 혼자 끌어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A씨 왼손이 에어컨 실외기에 걸려 있어 제대로 손을 잡기도 어려웠다. 설상가상 A씨는 극심한 공포로 손에 힘마저 빠진 상태였다.
잔단바트 씨는 “그분의 왼손이 실외기에 걸려서 잡을 수가 없었다”며 “그 사람도 진짜 무서워해서 손에 힘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잔단바트 씨는 높은 곳에서 성인 남성의 무게를 혼자 버텨야 했다. 자칫 손을 놓치면 남성이 그대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잔단바트 씨는 A씨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겁에 질린 A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서툰 한국어로 계속 말을 건넸다.
“저를 믿어주세요. 내가 잡아서 올려줄게요.”
당시 아찔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영상이다. 잔단바트 씨는 119 신고 후 구조대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달려가 공포에 떨고 있는 작업자의 손을 잡았고 끝내 베란다 안으로 끌어 올렸다. (영상=연합뉴스)
그는 “제가 빨리 도와주지 않으면 그분이 정말 떨어질 것 같았다”며 긴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사고 약 일주일 후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구조된 A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잔단바트 씨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A씨는 ‘어떠한 일이라도 도와줄테니 꼭 연락하라’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국경을 넘은 이들의 따뜻한 사연은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난 최근, 당시 구조 상황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제보자에 의해 세상에 소개됐다.
현재 근무 중인 이삿짐센터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잔단바트 씨는 동료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국인 직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며 평소에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일하는 이삿짐센터 대표는 “보통 사람이라면 119에 신고하고 지켜봤을 텐데, 작업 도중 사람이 매달린 것을 보자마자 주저 없이 달려갔다”며 “평소에도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솔선수범하는 친구”라고 전했다.
잔단바트 씨는 당시를 돌아보며 “내가 빨리 돕지 않으면 정말 떨어질 것 같아 달려갔다”며 “한국 사람이든 몽골 사람이든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본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