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임 경쟁에 프로보노 언감생심…"재정 지원·年20시간 현실화"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31일, AM 07:00

<자료사진>2026.1.15 © 뉴스1 박정호 기자
강 변호사님은 아세요? 세상에는 늘 이기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늘 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과 싸우는 게 힘이 부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공변이 존재하는 거예요. 늘 이기는 사건, 폼나는 사건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tvN에서 방영된 법정 드라마 '프로보노'에서 대형 로펌 소속 공익변호사(공변)인 박기쁨(소주연 분)은 프로보노에 진심이 아닌 듯한 모습을 보이는 판사 출신 공변 강다윗(정경호 분)에게 이처럼 말한다.

실제로 공변이 맡는 사건들은 흔히 얘기하는 '폼나는 사건'이 아니다.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우리 사회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향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티 나지 않게 공익활동에 임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프로보노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희생적인 활동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자신의 독립이나 결혼을 미루며 인생 시간표를 다시 짜거나,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며 경제적 안정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익활동에 전념하는 이들도 있다.

전업 공변이 아닌 안성열·윤민선 변호사(법무법인 새별)의 경우 충북 청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음료 3잔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아르바이트생의 업무상횡령 혐의 사건의 불송치를 끌어내기 위해 지난 반년 가까이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무보수로 일했다.

최근 일반 개업 변호사들은 변호사법으로 정해진 연간 20시간의 공익활동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변호사의 공익활동이 의무가 된 2000년 전국의 개업 변호사 수는 4000명대였지만, 현재는 3만 명이 훌쩍 넘으며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에게 프로보노 활동에 대해 물으면 "내 코가 석 자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변호사의 사회적 책무는 점차 커지고 있어, 이들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별도 기금 마련 등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법률구조공단이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이 일부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재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익 소송을 맡으면 수개월, 수년의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이들 변호사에겐 최소한의 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장인 김준우 변호사는 "최근 서울 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노동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에 1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신청했다. 이들에게 서울시교육청과 서울변회가 각각 1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라며 "한 변호사의 프로보노 활동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간 20시간의 공익활동 의무 제도는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는 연수 프로그램이나 행사 참가, 사이버 강의 수강 등이 공익활동 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우회로로 활용되고 있다. 각 지방변호사회는 공익활동 의무 시간을 채우지 못한 변호사들에게 시간당 2~3만 원의 과징금을 물린 뒤 이를 안 낼 경우 징계해야 하지만,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변은 "변호사들의 생업이 어려운 건 사실이기 때문에 제재보단 우수한 공익활동을 한 변호사들을 발굴해 시상하는 등 혜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익활동을 하고 싶어도 그 방법과 절차를 모르는 변호사 또한 적지 않은 만큼,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하기 위한 지방변호사회의 역할이 커질 필요도 있다고 공변들은 입을 모은다. 각 지방변호사회가 '허브' 역할을 하려면 현재 1명이거나 아예 없는 담당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그래야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들과의 연계도 유기적으로 이뤄져 의뢰인과 효율적으로 매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변호사의 공익활동 분야가 난민과 이주민 사건, 장애인·노인·아동·동물 학대, 직장 갑질, 환경 파괴, 디지털 성범죄, 국제인권 및 북한이탈주민 등으로 다양한데,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양성 프로그램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시니어 법조인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은퇴한 변호사들의 전문성과 경륜을 공익 영역으로 끌어내자는 것이다.

공익활동에 대한 변호사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갑질119의 대표인 윤지영 변호사는 "전업으로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생계가 고민이 될 것이고, 부업으로 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부담이 적은 활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에는 경우 변호사와 노무사 등 300여 명이 자원봉사 형태로 함께 하고 있는데, 자기 일이 바쁘지 않을 때 법률 상담을 하는 형식이다.

김준우 변호사는 이 같은 제도 및 인식 개선을 통해 프로보노가 변호사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일상이 되는 풍경을 만들어 사회적 약자의 법률서비스 접근성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최근 변호사들이 아무리 공익활동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변호사 수가 늘어난 만큼 공익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변호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재정을 지원해 주고, 각 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 주는 기회를 보다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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