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뚝딱 만드는 세상…이 교사는 학생에게 '불편'을 가르친다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31일, AM 08:01

김햇살 종덕초 교사가 지난 29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6.10.29 © 뉴스1 한민아 기
"학교도, 학원도, 집도 좋아요. 여러분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들을 사진으로 찍거나 기록해 오세요" 피지컬 인공지능(AI)으로 로봇을 만드는 수업의 첫 과제는 조립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부터 찾았다. 피아노 연습 때 박자를 맞춰주는 로봇, 피구 경기의 판정을 돕는 심판 로봇, 복도에서 뛰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안전 등대 로봇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AI융합교육연구회 '쿼카(Q.U.O.K.A)' 소속 김햇살 종덕초 교사는 이를 실제 로봇으로 구현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김 교사는 연구회 교사들과 함께 학생들의 스케치와 교구 부품 사진을 생성형 AI에 입력해 조립도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로봇을 완성했다.

지난 29일 뉴스1과 인터뷰한 김 교사는 AI를 활용하는 수업일수록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학년 과학 전담교사인 그는 연구회 교사들과 함께 교과 내용과 AI의 원리·활용법을 익힐 수 있는 수업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사는 "AI로 결과물을 바로 만들어내는 방법보다 학생이 직접 해보는 연습이 중요하다"며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 주도록 하기보다 학생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고 더 많이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로봇 제작도 학생들이 무엇을 왜 만들지 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김 교사는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오라고 말로만 하면 대충 끝날 수 있다"며 "학생들은 자신이 문제를 찾아와야 다음 시간에 조립하고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흥미를 느끼는 활동이 주도성과 실행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을 완성한 뒤에는 자신이 읽은 동화에서 도움이 필요한 주인공이나 장면을 찾아봤다. 기술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한 것이다.

모둠활동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김 교사는 "기존 모둠활동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런 수업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친구를 설득하는 능력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교사들도 조력자이자 관찰자로서의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학생이 직접 탐구하고 판단하는 방식은 다른 수업에도 적용됐다. 감염병 수업에서는 AI로 코드를 만드는 '바이브 코딩'으로 제작한 시뮬레이터를 활용한다. 학생들은 학급 인원과 마스크 착용, 손 씻기, 환기 등의 조건을 바꾸며 감염 양상을 비교한다.

김 교사는 "감염병이 위험하다는 설명만 듣는 것과 조건을 직접 바꿔보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실제 교실에서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으로 비교하면서 감염병 예방의 원리를 익히는 것이다.

'AI 동화작가 프로젝트'에서도 학생이 필명부터 이야기의 핵심 감정과 인물·사건·배경까지 직접 정한다. AI의 도움으로 그림책을 만들지만 무엇을 참고하고 고칠지는 학생이 판단한다. 실명이나 학교명, 친구 이름 등을 AI에 입력하지 않는 원칙도 배운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통일교육 수업에도 AI를 접목했다. 기존에는 교사의 설명을 중심으로 진행했지만, 김 교사는 여기에 AI 영상과 효과음, 자막 등을 더했다.

학생들은 전쟁과 피난 상황을 접하며 자신이 아끼는 것 12개 중 무엇을 남기고 포기할지 선택한다. 중간에는 친구들과 의견을 나눈다. 김 교사는 "AI를 활용하더라도 학생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결정해야 하는 만큼 오히려 대화가 늘어난다"고 했다.

그렇다고 모든 수업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사는 "저도 국어는 교과서 중심으로 가르치고, 수학은 학생이 직접 계산하도록 한다"며 "학생과 교과 내용에 맞춰 AI가 필요한 지점을 교사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AI를 활용하는 데는 기초 학습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암기식 교육부터 대학원 공부까지 여러 훈련을 거쳤기에 AI를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배우고 생각한 것이 없으면 AI에 무엇을 시킬지도 알기 어렵다"고 했다.

학생의 AI 사용 자체를 막는 것도 해법은 아니라고 했다. 김 교사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이유로 AI에 아예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라며 "교사가 개입해 사고를 촉진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교사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교육의 주체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이지 AI가 아니다"라고 했다.

lin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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