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한숟갈] 담배 연기 속 발암물질들…백혈병부터 비인두암까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31일, AM 10:04

한 주 동안 쏟아진 보건복지 소식, 다 챙겨보기 어려우셨죠? ‘복지 한 숟갈’은 우리 삶과 밀접한 이슈를 골라 복잡한 정책과 어려운 의학정보를 쉽고 맛있게 풀어드립니다.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담배를 살 때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숫자는 니코틴과 타르 함량입니다. 1㎎인지 3㎎인지, 니코틴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살펴보며 담배의 강도를 가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담뱃갑에 적힌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물질들이 있습니다. 백혈병이나 비인두암,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입니다.

그렇다면 일반 담배가 아닌 전자담배는 어떨까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나 액상을 기화해 흡입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들어 있을까요.

이미지=AI활용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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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담배 유해성분 검사 결과는 이런 궁금증에 답할 단서를 제공합니다. 정부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반 궐련 256개, 궐련형 전자담배 104개,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 등 모두 465개 제품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결과는 세 종류 모두에서 인체발암물질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일반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전 제품에서 검출됐고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105개 가운데 99개 제품에서 확인됐습니다.

◇ 백혈병부터 폐암까지…담배 속 발암물질의 정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 연기에는 7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며 이 가운데 70여 종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검사에서도 여러 발암물질이 확인됐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하는 1군 인체발암물질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물질을 뜻합니다. 반드시 노출된 모든 사람에게 암이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먼저 벤젠은 백혈병과 관련된 대표적인 발암물질입니다. 장기간 노출되면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 기능이 손상될 수 있으며 급성골수성백혈병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번 검사에서는 일반 궐련 256개 제품 모두에서 벤젠이 검출됐습니다.

1,3-부타디엔도 백혈병 등 혈액·림프계 암과 관련된 1군 발암물질입니다. 담배가 타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일반 궐련 256개 제품 모두에서 확인됐습니다.

포름알데히드는 새집증후군이나 실내 공기오염 문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담배 연기에서도 발생합니다. 눈과 코,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으며 비인두암과 백혈병 발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비인두는 코의 뒤쪽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카드뮴은 인체에 축적될 수 있는 중금속입니다. 장기간 노출되면 신장 기능과 뼈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폐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 궐련 256개 제품 모두에서 검출됐습니다.

담배특이 니트로사민인 NNN과 NNK도 1군 발암물질입니다. NNN은 식도암 등과 관련된 발암성을 보이며 NNK는 동물실험에서 강한 폐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입니다. 이들 물질은 체내에서 활성화되면 DNA를 손상시켜 암 발생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담배가 유발하는 암은 폐암에 그치지 않습니다. 흡연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위암, 췌장암, 방광암, 신장암, 대장암 등 여러 암의 원인으로 확인돼 있습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도 흡연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질환입니다. 다만 개별 화학물질이 특정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와 흡연 자체가 여러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 전자담배에도 포름알데히드…액상에서도 확인




그렇다면 담배를 태우지 않는 전자담배는 발암물질에서 자유로울까요. 이번 검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먼저 담뱃잎을 가열해 발생하는 배출물을 흡입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입니다. 검사 대상 104개 제품 모두에서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습니다. 니코틴은 개비당 0.1~1.2㎎, 타르는 10.3~32.0㎎ 범위였습니다.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는 104개 제품 모두에서 검출됐습니다. NNN은 87개, NNK는 88개 제품에서 확인됐습니다. 벤조피렌도 1개 제품에서 검출됐습니다. 벤조피렌은 불완전 연소 과정 등에서 생성될 수 있는 발암물질로 DNA 손상을 일으켜 암 발생에 관여합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궐련과 작동 방식이 다르지만 일부 발암성 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발암물질이 나왔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 제품의 액상 자체를 분석한 결과 니코틴과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은 모든 제품에서 확인됐습니다. 프로필렌글리콜과 글리세린은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용매 등으로 사용되는 성분입니다. 이들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발암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포름알데히드는 105개 가운데 99개 제품에서 검출됐습니다. NNN은 2개, NNK는 1개 제품에서 확인됐습니다. 비소도 2개 제품에서 나왔습니다. 비소는 장기간 노출될 경우 피부암과 폐암, 방광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1군 발암물질입니다. 피부 병변이나 심혈관계 건강 문제 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흡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물을 검사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기화하기 전 액상 자체를 검사했습니다. 따라서 액상에서 확인된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실제 흡연자가 흡입하는 양과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품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유해물질도 이번 액상 검사만으로는 모두 파악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실제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배출물까지 검사할 수 있도록 표준기기와 시험법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미지=AI활용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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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 1㎎ 담배라면 발암물질도 적을까




담배의 유해성을 판단할 때 흔히 참고하는 수치는 타르 함량입니다. 그렇다면 타르 표시 등급이 낮은 담배는 발암물질도 적을까요. 이번 검사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KT&G의 ‘에쎄 체인지’ 1㎎ 제품에서 검출된 1,3-부타디엔은 개비당 96.5㎍이었습니다. 같은 계열의 4㎎ 제품(85.0㎍)보다 13.5% 많았습니다. 벤조피렌과 벤젠 역시 1㎎ 제품에서 더 많이 검출됐습니다. 반면 포름알데히드는 4㎎ 제품에서 더 높았습니다.

‘메비우스 E-style’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3㎎ 제품의 1,3-부타디엔 검출량은 개비당 102.1㎍으로 6㎎ 제품(60.8㎍)보다 67.9% 많았습니다.

이번 검사는 2025년 11월 1일 국내에서 판매 중이던 일반 궐련 256개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담뱃갑의 타르 표시 수치를 산출할 때와 달리 필터의 공기구멍을 막고 더 많은 연기를 짧은 간격으로 포집하는 강화포집법이 적용됐습니다.

검사 결과는 타르 표시 등급이 낮다고 해서 모든 발암물질의 배출량까지 적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특정 발암물질의 검출량이 더 높은 제품의 전체 발암위험이 반드시 더 높다는 뜻은 아닙니다. 담배에는 여러 유해물질이 함께 포함돼 있으며 실제 인체 노출량은 흡연량과 흡입 습관, 사용 기간 등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부 검사에서 확인된 것은 담배의 종류나 타르 표시 등급만으로 발암물질 노출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일반 궐련뿐 아니라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인체발암물질이 확인된 만큼 특정 담배가 덜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보건당국은 담배의 유해성분 노출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금연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입니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건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다. 골골백세로 살 것인가, 건강백세를 누릴 것인가. 그 차이는 지금 당신의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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