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인파가 밀집해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우측 통행을 지키면서 질서정연하게 이동했다. 2026.10.31 © 뉴스1 윤지오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으로 핼러윈 당일이 주말과 겹친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과 마포구 홍대 거리에는 가지각색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몰려들며 들뜬 분위기였다.
홍대 관광특구에만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이태원에도 2만여 명이 모여 붐볐지만, 시민들은 대체로 질서를 지키는 모습이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홍대 관광특구의 인구는 12만 5000~13만명, 이태원 관광특구는 2만 6000~2만 8000명으로 추산됐다. 두 지역의 혼잡도는 '붐빔' 수준이었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부터 이태원역에서는 뿔 달린 머리띠와 무도회 가면, 가발 등을 착용한 시민들이 나와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강시 복장을 하거나 스파이더맨 망토를 걸친 아이들도 부모 손을 잡고 골목으로 향했다.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엔 가게마다 대기 줄이 늘어섰다. 할리우드 영화 속 캐릭터인 할리퀸과 조커로 분장한 외국인들과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30대 남성 이 모 씨는 캐릭터 '뽀로로' 분장을 하고 거리를 찾았다. 그는 "매년 분장하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클래식한 걸로 골랐다"며 "어린이 친구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었는데 오히려 안 다가온다. 무서운가 보다"라며 웃어 보였다.
공룡 분장을 한 40대 남성 윤 모 씨의 모습. 2026.10.31 © 뉴스1 윤지오 기자
거대한 공룡 분장을 한 40대 남성 윤 모 씨는 외국인 친구와 함께 코스프레를 해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가 공룡을 좋아하고 너무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낯을 가리는 기색 없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후 7시를 넘기면서 인파는 더 늘었다. 거리 중간에서 보행 속도가 느려지자 경찰은 호루라기를 불며 중앙분리 펜스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형광 조끼를 입은 자율방범대도 거리를 걸으며 인파를 살폈다.
오후 7시 30분쯤에는 혼잡도 전광판에 '보행주의'가 표시됐다. 좁은 거리를 채운 시민들은 천천히 걸었고, 경찰은 경광봉을 흔들며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인파가 몰린 구간을 본 일부 시민들은 "저기는 가지 말자", "사람이 너무 많다"며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오후 8시 10분쯤에도 인파가 계속 들어왔지만, 시민들은 중앙분리 펜스를 따라 서로 뒤섞이지 않고 천천히 이동했다. 참사가 발생했던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이태원역에서 올라오는 방향으로만 통행할 수 있도록 통제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영국인 아비는 친구들과 첫 한국 핼러윈을 즐기러 나왔다고 했다. 음식점 앞에서 자리를 기다리던 아비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낀다"며 "경찰도 많이 보이고 질서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1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 KT&G 상상마당 인근 횡단보도에 인파가 밀집해 있다. 2026.10.31© 뉴스1 권준언 기자
오후 7시 30시분쯤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 관광특구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KT&G 상상마당 홍대 인근에는 '체인소 맨', '가면라이더', '포켓몬', '진격의 거인' 등 다양한 캐릭터로 분장한 시민들이 늘어섰다.
올해 스무 살이 됐다는 이재진 씨는 대학 동기 세 명과 함께 홍대를 찾았다. 그는 "평소에는 술 먹으러 다니고 별다른 즐길 거리나 콘텐츠가 없었는데 오늘 와보니 완전 신세계"라며 "사람도 붐비고 복잡하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즐길 기회가 잘 없지 않느냐"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남편, 일곱 살 아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함께 웃던 이은지 씨(36)는 "사람이 많고 복잡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안전이 최선이라는 가치관이 안타까운 참사 이후 국민들의 뇌리에 박힌 것도 이유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있는 홍대 클럽 거리에도 인파 관리를 위한 펜스가 설치됐고, 시민들은 대부분 우측통행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를 핼러윈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인파 안전관리에 나섰다. 이날 이태원에는 지난해보다 80여 명 늘어난 경찰 370명을 투입했다. 오후 6시부터는 이태원역 사거리 일대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거리의 모습. 인파관리를 위한 펜스가 설치돼 시민들이 우측보행을 하고 있다. 2026.10.31 © 뉴스1 권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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