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으로? 경찰로? 헷갈리는 시민들…'사건 핑퐁' 우려 여전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1일, AM 06:10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본청 모습. 2026.10.7 © 뉴스1 이종수 기자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하고 검찰청이 폐지된지 한 달 가량이 지났지만, 새 형사사법체계는 아직 삐걱이고 있다.

고소·고발인들은 어디에 사건을 접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건은 경찰과 중수청을 오가며 '사건 핑퐁' 우려가 제기된다.

검사가 수집한 자료의 증거능력을 전면 배제하는 개정 형사소송법 조항 탓에 법원과 공소청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전반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 대상과 관할 기준이 모호해 일선 경찰서와 중수청 민원실을 오가며 혼란을 겪는 민원인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중수청 민원실에서 만난 사기 피해자 A 씨는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으나, 배당 경찰서가 계속 바뀌자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중수청을 찾았다.

그러나 A씨는 "경찰 고소를 취하하고 중수청에 다시 고소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다시 일선 경찰서로 가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중수청의 '6대 중대범죄' 수사 범위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잦다.

지난달 14일 중수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B 씨는 편의점 시비 사건을 수사한 일선 경찰의 CCTV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경찰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중수청을 찾았다.

B 씨는 "중대범죄의 기준은 모른다"면서도 "반부패수사국에 배당됐다는 연락 이후 진척이 없어, (같은 국에 배당된) 정치인 사건 등에 우선순위가 밀릴까 우려된다"고 했다.

명의도용 사기 피해자 C씨 역시 자신의 사건이 경찰 소관임을 인지하고서도 "경찰은 수사가 느리다. 새로 생긴 중수청이 빨리 해결해 줄 것 같아 왔다"고 했다.

2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건물에 위치한 민원실 모습.2026.10.2 © 뉴스1 윤지오 기자

중수청은 원칙상 모든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에 따른 행정력 낭비를 호소하고 있다.

중수청 관계자는 "경찰에 대한 불만으로 찾아오거나 양 기관에 동시 접수하는 민원인이 많다"며 "원칙적으로 다 접수하고 절차를 안내하다 보니 행정력이 낭비된다"고 했다.

개편된 형사사법체계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에게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일반 범죄와 중수청 대상 범죄가 섞여 있을 때 관할 기준이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김민호 법률사무소 의율 변호사는 "예컨대 중수청 대상 범죄에 여러 죄가 낀 경합범 상태일 때, 나머지 죄까지 중수청으로 이관되는지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사건번호 부여 등 절차가 심각하게 지연돼 일 처리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의뢰인은 물론 변호사들도 혼동이 많다"고 지적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수사기관 접수 전 사건의 법리를 명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관할이 겹치고 애매한 부분이 많아 변호사들도 상세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관계자들이 안내판을 교체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0.1 © 뉴스1 최지환 기자

갑작스러운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른 혼란은 사건 처리 과정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사가 수집한 자료의 증거능력을 전면 배제한 개정 형사소송법 조항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형소법 제245조의 13에 따르면 검사는 사건 관계자를 면담하거나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에 검사들은 '검사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부인될 것을 우려해 자료 접수를 조심스러워한다. 사건 관계인들은 경찰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김정현 수원지방공소청 여성아동범죄전담부 부부장검사는 지난달 공소청 내부망(이프로스)를 통해 "오늘도 검사실에는 사건관계인들로부터 '제출하고 싶은 자료가 있는데 어디에 어떻게 제출하면 되냐'라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실무관이 서류를 접수해도 되는지 묻는데, 내용도 모르는 서류지만 혹시 '검사 묻었다'는 이유로 증거로 쓰이지 못할까 싶어 확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검사실에서 경찰에게 내라고 안내했더니, 민원인이 '경찰에서는 사건이 송치됐다며 받아주지 않는다. 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공소청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왼쪽 사진은 지난 8월 5일 검찰 깃발의 모습. 2026.10.2 © 뉴스1 최지환 기자,이호윤 기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사건 핑퐁' 우려도 여전하다.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보완수사 요구만을 할 수 있다.

수도권 공소청의 한 검사는 "사건 장소 등 간단한 내용이 누락된 경우 기존에는 직접 확인해 기소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경우에도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고, 사건이 돌아오면 내용을 다시 파악해야 해 번거롭다"고 했다.

특히 구속 사건의 경우 '사건 핑퐁'이 길어질 경우 피의자가 석방될 우려가 있다.

검사는 구속 피의자를 인치받은 때로부터 최대 20일 이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기존에는 이 기간에 검사가 구속된 피의자를 직접 조사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지만, 형소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청 검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개정 형소법은 1차 수사기관 회신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검사가 1개월보다 짧은 보완수사 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피의자나 참고인이 많은 다단계·조직적 전세 사기 등은 구속 기간 내 보완수사를 마치기 더욱 어렵다"며 "경찰 수사가 미진해 증거가 부족한 상태로 무리하게 기소하면 무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형사소송법 전반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공소청의 한 부장검사는 "형소법을 비롯한 관계 법령에 허점이 많아 혼란이 생긴다"며 "문제들은 계속 발견될 텐데, 국회 차원의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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