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로키]AI가 '진짜 기자'를 추리는 방법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1일, AM 11:05

28일 대전 대덕구 한남대 56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청소년 진로직업박람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AI 오목 로봇 시스템을 체험을하고 있다. 2026.10.28 © 뉴스1 김기태 기자

지난해 여름 기자들의 인공지능(AI) 활용 등을 연구하는 언론기관의 표적집단면접(FGI)에 참여했다. 필자 같은 중간관리자급 기자와 입사 5년 차가 안 되는 20·30대 기자 등 4~5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AI가 실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필자는 AI 활용에 완고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기자를 '장인'에, 기사 쓰기를 '옹기 빚는 행위'에 비유했다. 빚고 굽고 깨고, 다시 빚고 굽는 과정을 반복해 오차 없는 옹기를 만드는 장인정신을 언급하면서 짐짓 준엄한 표정을 지었다. 장인정신이 요구되는데, 어디 감히 AI의 도움을 받는(또는 AI가 작성한) 기사가 말이 되느냐는 취지였다. 내심 젊은 기자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었다는 자부심도 느꼈다.

그러나 바로 건너편에 있던 젊은 기자가 조목조목 반박했다. "AI는 기자의 '비서'다" "사실관계 오류를 확인하는 일부터 필요한 정보 취합, 교열 업무까지 도와준다" "오차 없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다면 오히려 AI가 필수다"라고 했다. 젊은 기자는 풍부한 사례를 제시했다. 뜻이 맞는 기자들끼리 모여 'AI 스터디'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변했다"고 못 박았다. 그 자리에 있던 참석자들은 모두 느꼈을 것이다. 필자가 그 젊은 기자에게 토론에서 완패했다는 것을.

그 후로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필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챗지피티(ChatGPT)' 유료 서비스까지 이용한다. 예컨대 칼럼을 쓸 때 주제를 제시한 뒤 참고할 만한 논문이나 서적을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챗지피티가 구체적인 답을 내놓기까지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대체로 3~6초 걸리는 것 같다.

모든 답변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다만 3~6초 만에 내놓는 답변치고는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이 칼럼을 쓰기 전에도 같은 요청을 했다. '넥서스' '더 커밍 웨이브' 'Human Compatible' 등 국내외 AI 관련 유명 서적은 물론 'AI 버블이 온다'의 저자 아르빈드 나라야난 프린스턴대 교수가 쓴 해외 논문까지 찾아준다. 구글 등에서 직접 검색했을 경우 쉽게 잡히지 않는 자료까지 포착해 알려준다.

캐나다 출신의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60여 년 전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AI야말로 인간의 사고와 인식, 정보 처리 능력까지 빠른 속도로 확장시키고 있다. 역설적으로 인간의 역할은 급속도로 축소시키고 있다.

날로 정교해지는 AI가 비서 역할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AI는 기사도 뚝딱 써낸다. 보도자료에 나온 정보 등만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직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직 언론인이 봐도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다. 아무리 손이 빠른 기자라도 단신 기사를 쓰는 데 5분(300초)은 걸린다. 그러나 AI는 그 60분의 1인 5초도 걸리지 않는다. 단순 비교하면 60배 이상 빠르다. 실제 업무에서 이 속도를 체감한다.

기자라면 이쯤에서 한 가지 생각에 이를 것이다. 'AI가 모든 기사를 쓰게 되면 미래의 기자들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실존적 위기감 말이다. 적잖은 언론사가 이미 AI 기반 기사를 선보이고 있다. AI 활용 비율은 가파르게 높아질 것이다. AI(챗지피티)조차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놨다. "스트레이트 기자: 보도자료 정리, 단순 사건 전달, 통계 기사 등은 AI로 대체될 위험이 큽니다." "(반면) 제보자 확보, 현장 취재, 권력 감시, 탐사보도는 AI가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미첼 스티븐스 뉴욕대학교 아서카터 저널리즘연구소 교수는 '비욘드 뉴스: 지혜의 저널리즘'에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AI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미미하던 10여 년 전 국내에 출간된 책이다.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을 논하는 책이지만, 미래의 저널리즘에 대한 '족집게 진단'을 하고 있다.

스티븐스 교수는 취재원의 발언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인용 저널리즘'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장에서도 그렇게 느낀다. 취재원의 발언을 받아 적거나 보도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은 머지않아 AI도 '오차 없이' 해낼 것이다. 그러나 발언의 진위를 검증하고 보도자료에 적힌 사실 이면의 의미·맥락·배경을 파고드는 분석·해설 기사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스티븐스 교수는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같은 전문가 수준의 기자들이 이를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은 '발로 뛰는 기자를 원한다"고 한다. AI가 도달하기 어려운 취재망을 발로 뛰며 형성하고, 취재원에게 묻고 검증하고 정리해 독자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부지런한 기자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장인의 전문성과 통찰을 지닌 저널리스트 말이다. AI는 지금 가짜 기자를 걸러내고 '진짜 기자'를 추리는 작업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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