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되돌릴 수 있는 것, 되돌릴 수 없는 것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2일, AM 05:01

[목멱칼럼]되돌릴 수 있는 것, 되돌릴 수 없는 것
[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 최희정] 10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국민연금 추납과 관련해 ‘그 이전에 (추납)한 사람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왔다. 외국인 추납에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간 바로 그날이다. 논란의 발단이 된 ‘1개월 가입, 119개월 추납’ 사례는 보건복지부 전수조사 결과 3명으로 확인됐고 그 중 실제로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국내에 거주한 재외동포 1명이었다. 119개월이라는 추납 상한도 2020년 12월 국회의 법 개정이 만든 것이다. 그때 규제를 만들었지만 한 달만 가입한 사람에게도 그 상한은 그대로 열려 있었다. 이번에 닫힌 것은 6년 가까이 전 개정이 남긴 틈이다.

8월 하순에 불거진 논란은 두 달 만에 법 개정과 시행으로 이어졌다. 개정안은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일부터 시행됐고 같은 날 통과된 기초연금법 개정안(공포 6개월 뒤 시행)에는 신청 요건으로 ‘19세 이후 국내 5년 이상 거주’가 새로 들어갔다. 반면 기초연금의 소득 구조는 그대로다. 정부가 9월 1일 의결한 2027년도 예산안은 소득 하위 70% 기준을 유지하되 하위 30%(348만 명)에 월 38만원, 30~45%에 35만 9000원, 45~70%(290만명)에 현행 35만원을 주는 3단계 차등지급과 하위 45% 이하 부부의 감액 완화를 담았다. 그러나 이 개편은 기초연금법 개정을 거쳐야 시행할 수 있고 정부는 연내 입법을 마쳐 내년 4월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왜 되돌릴 수 있는 것부터 손대게 되는가. 이미 혜택을 받은 일부를 조정하는 일은 법 한 줄로 방향이 정해지지만 수급자가 780만명 안팎인 제도의 기준을 바꾸는 일은 한 세대의 노후 설계를 다시 쓰는 일이다.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한국재정학회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2025년 8월 기준 수급자의 24.68%가 연구진이 정책적 빈곤선으로 본 기준중위소득 50%보다 높은 소득인정액을 보유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득인정액에는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포함되고 수급 범위를 좁히는 과정에서 비빈곤 노인만 정교하게 가려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필요한 것은 70%를 잘라내자는 주장이 아니라 지급 구조를 어떤 순서와 규칙으로 바꿀지에 대한 합의다.

그 규칙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짚을 사람들이 있다. 3만원 인상이 닿지 않을 수 있는 노인들이다. 기초연금은 소득으로 잡혀 생계급여가 차감되는데 이 연계는 이번 개편안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함께 받은 노인은 78만여 명이고 이 가운데 99.8%가 생계급여를 감액당했다. 평균 감액액은 33만원대로 기초연금 최고 지급액에 육박한다. 이들에게 3만원은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돈이다. 정부는 내년 기준중위소득 인상으로 생계급여가 1인 가구 기준 최대 5만 5000원 오르고 개인이 먼저 생계를 해결해야 한다는 보충성 원칙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쪽 설명을 따르든 조정의 규칙을 말하는 자리라면 조정에서 비켜 서 있는 사람도 함께 말해야 한다. 이미 받은 것을 어떻게 고칠지 묻기 전에 아직 받지 못한 사람에게 어떻게 닿게 할지 묻는 것이 순서다.

처방은 세 가지다. 첫째, 기준을 바꿀 때는 경과규정을 법에 명시해 기존 수급자의 급여는 보호하고 새로 진입하는 사람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정부도 이번 개편에서 기존 수급자가 탈락하거나 급여가 깎이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 약속을 말이 아니라 조문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둘째, 기초연금 인상분이 생계급여에서 그대로 차감되지 않도록 소득 산정 방식을 조정해 3만원이 가장 아래 구간까지 닿게 한다. 셋째, 개편 과정에서 재원이 확보된다면 이를 저소득 노인의 소득 보장에 우선 쓰도록 법에 못 박는다. 세 가지 모두 누구를 줄이느냐가 아니라 어떤 절차와 규칙으로 바꾸느냐에 관한 것이다. 연내 입법을 앞둔 지금, 국회가 정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규칙이다.

눈에 띄는 사례 하나가 제도를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는 이번에 확인됐다. 같은 속도가 기초연금의 구조 앞에서도 가능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소급은 입법으로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달은 어떤 입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공정은 무엇을 되돌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아니라 무엇을 되돌리지 않기로 약속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그 약속은 사례가 아니라 규칙으로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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