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리더의 힘 ‘공명력’[리더의 소통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2일, AM 05:01

AI시대, 리더의 힘 ‘공명력’[리더의 소통법]
[문성후 문리드랩 대표] 공명력은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일의 의미를 일깨우며 자존감과 소속감과 기대감을 함께 끌어올리는 힘이다. 리더의 말이 팀원의 마음에 가닿고 그 마음이 다시 조직과 맞닿아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공명이 생긴다. 그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아무 때나 힘을 준다고 그네가 높이 오르지는 않는다. 그네가 앞으로 나아가는 바로 그 순간에 살짝만 밀어 주어도 놀랄 만큼 높이 솟구친다. 작은 힘이 거대한 진폭을 만드는 것이다.

관건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주파수’다. 아무리 세게 밀어도 주기를 맞추지 못하면 그네는 오르지 않는다. 리더가 아무리 큰 목소리로 옳은 말을 해도 상대가 아직 받아들일 마음이 아니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열심히 말했는데 팀이 오히려 조용하다면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주파수가 어긋난 것이다. 성과 평가 직후 낙심한 팀원에게 곧바로 다음 분기 목표를 늘어놓기보다 하루를 기다렸다가 ‘어제 많이 아쉬웠을 텐데 지금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게 뭔가요’라고 묻는 한마디가 더 멀리 간다. 같은 말도 언제 건네느냐에 따라 잔소리가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공명력’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공명해야 하는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존중받기를 바라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하며 쓸모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갈망하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기대를 품는다. 감정, 의미, 자존감, 소속감, 기대감, 이 다섯 개의 현(絃)을 제대로 튕겨 줄 때 팀원의 마음은 비로소 울린다. 많이 말하는 리더보다 어느 현을 튕길지 아는 리더가 사람을 움직인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 현들이 한꺼번에 흔들린다. ‘내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내 능력이 쓸모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격변 속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 자존감과 소속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떨리고 있다. 이 절박한 질문 앞에서 ‘걱정 말고 하던 일이나 잘합시다’라고 말하는 리더와 ‘나도 두렵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라면 이 변곡점을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리더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다. 전자는 질문을 덮지만 후자는 그 불안에 함께 공명한다. 답을 대신 내려 주지 않아도 사람은 함께 현을 맞추어 주는 리더 곁에 남는다.

그러나 공명에는 그늘도 있다. 1940년 미국의 타코마 해협교는 그리 강하지 않은 바람에 무너져 내렸다. 공명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사고다.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바람의 힘이 맞물리자 진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작은 힘으로 큰 진폭을 만드는 만큼 방향을 잃은 공명은 구조물 자체를 부수는 재앙이 된다.

조직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리더의 주파수에 완벽히 맞춰 흔들리는 조직은 겉으로는 단합된 듯 보이지만 실은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집단 사고에 빠진 것일지 모른다. 회의실에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공명이 아니라 동조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공명은 팀원이 리더의 방향에 자기 판단을 얹는 것이고 동조는 자기 판단을 지우고 리더의 방향만 남기는 것이다. 공명하는 조직에서는 서로 다른 소리가 겹쳐 화음을 이루지만 동조하는 조직에서는 같은 소리만 커지다가 결국 제 진동에 무너진다. AI 시대 평균의 답은 자칫 리더와 조직을 한 목소리로 동조하게 만든다.

그래서 공명력에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자기 주파수에 맞추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는 용기다. ‘반대자의 의자’다. 중요한 결정을 앞둔 회의라면 ‘이 안이 실패한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라고 먼저 묻고 그 답을 내놓은 사람을 고맙게 여기는 것만으로도 그 의자는 채워지기 시작한다.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쌓여야 그 자리는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리더의 말이 틀렸다고 말해 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조직은 공명이 아니라 공명의 착시 속에 있다. 리더의 말이 울림을 갖는 순간은 목소리가 커질 때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이 움직이는 때를 읽고 그 마음에 다른 소리가 섞일 자리까지 남겨 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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