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술 보호기간 10년 못 박을 수 없어"…모방변압기 사건 '다시판단'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06: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뉴스1

기술 성과물이 처음 만들어진 뒤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보호기간이 종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술 보호 여부는 일률적인 기간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경쟁력과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8일 프랑스 변압기 제조·판매업체 A 사가 국내 변압기 제조업체 B 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10년 4월 A 사와 B 사가 철도차량용 변압기 제작·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A 사는 2011년 초부터 2013년 초까지 변압기 63대와 함께 부품 형상·크기·명칭·조립 형태 등이 기재된 도면을 B 사에 제공했다. 도면에는 비밀 정보가 포함됐고 A 사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그러나 B 사는 도면을 활용해 A 사 제품을 모방한 변압기를 제조해 판매했다. 구체적으로 2013년 3월 변압기 1대를 수주·납품(1차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12월 2대를 수주해 2018년 10월 납품(2차 납품)했다.

이어 2019년 10월 변압기 70대를 수주해 2023년 6월까지 63대를 납품(3차 납품)했고, 2021년 5월에는 89대를 수주해 2023년 8월까지 2대를 납품(4차 납품)했다.

A 사는 B 사의 행위가 '성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B 사를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변압기 모방 제조·판매 행위가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은 B 사에 모방 변압기 제조·판매 등을 금지하고 제품을 폐기하도록 하고 손해배상금 2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심도 B 사가 A 사의 변압기 기술을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술 성과물은 일정한 보호기간 내에서만 보호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변압기 기술의 보호기간을 'A 사가 B 사에 최초로 변압기를 납품한 2011년 초부터 10년 동안'이라고 정했다.

2심은 2021년 5월 체결된 4차 납품 계약은 보호기간이 지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3차 납품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8억 681만 원으로 산정했다.

4차 납품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변압기 보호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4차 납품행위 당시 이미 보호기간이 지났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B 사가 모방한 변압기를 제조·납품함으로써 상당한 이득을 얻은 반면 A 사는 B 사의 행위로 변압기를 만들기 위해 투입한 상당한 자금과 노력에 상응하는 경제적 가치의 회수 기회를 상실했다"고 짚었다.

이어 "4차 납품한 변압기 역시 2011년 초 A 사로부터 최초로 제공받은 변압기를 모방한 것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보호 가치가 있는 성과물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4차 납품행위가 변압기에 대한 보호기간이 지난 후 이뤄져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에는 보호기간 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을 오인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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