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5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본청 모습. 2026.10.5 © 뉴스1 김진환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 한 달을 맞았지만 청장 인선 및 인프라 정비가 늦어지면서 중대 범죄를 대상으로 한 수사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알려진 구속·송치 사건들은 마약 등 민생 범죄들이라 기관명에 걸맞은 수사력을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대범죄 수사 실적으로 꼽을 만한 '1호 사건'에 법조계 관심이 쏠린다.
전국 중수청 한 달 송치 단 3건…인프라·인력 부족 여전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이 출범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공소청에 송치한 건수는 3건에 그쳤다. 송치 3건 모두 서울중수청에서 마약 사범을 송치한 건으로, 이외 지방중수청에선 송치 실적이 0건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수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16일까지 중수청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건 또한 서울중수청에서 단 2건뿐이었다. 지난달 16일에서 현재까지 보름이 더 지난 만큼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거나 집행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반부패 등 중대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중수청법 제2조 등에 따르면 중수청은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국가보호·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를 수사한다. 중수청은 지난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검찰개혁법'의 시행으로 폐지된 검찰청의 특수수사 기능을 사실상 넘겨받은 채 출범해 한국의 연방수사국(FBI)에 비유됐다.
그런 중수청이 본격적인 수사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인력·조직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점이 거론된다.
중수청 개청 약 2주 만인 지난달 15일에서야 수장인 김지용 중수청장이 임명됐고, 수사를 이끌어갈 직원 또한 총정원 2874명의 66% 수준에 그쳤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나 냉난방 시스템 등 사무실 설비도 다 갖춰지지 않은 데다가, 직원들이 고소·고발을 수기로 접수해 배당하는 실정이다. 체포·구속한 피의자를 구금할 유치장도 부족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김 청장 또한 취임하자마자 중수청의 안정화를 위해 조기 안착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하지만 중대범죄 수사 실적을 당장 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중수청 1·2·3호 구속 송치 사건이 이미 서울지방중수청 마약수사국에서 나오긴 했지만, 중수청도 이를 '1호 사건'이라고 홍보하진 않았다. 마약을 밀반입해 구속 송치된 동남아·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2명과 한국인 1명이 조직 총책이 아닌 하부의 '수거책' 정도였단 점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부패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수청 1호 구속 사건은 사실 경찰에서도 담당할 수 있다"며 "중수청이 (존재 의미를 입증하려면) '중대범죄' 수사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직접 사건을 인지해 수사를 개시하기보단 경찰로부터 통보받는 게 많지만, 이마저도 중수청이 소극적으로 사건을 이첩받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경찰이 중수청에 통보한 사건은 2002건에 달했지만 중수청의 이첩 요구는 1건이었다.
경찰이 중수청에 금융권 해킹 사건을 통보하면서 중수청이 출범 이후 첫 대형 중대범죄 사건으로 수사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왔지만, 결국 수사 불개시 결정을 한 바 있다. 중수청은 경찰이 이미 수사에 상당한 진척을 보여 계속 수사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수사 불개시 사유를 설명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이정현 공소청장(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예방한 뒤 나오고 있다. 2026.10.30 © 뉴스1 김민지 기자
수사보단 '국무회의·임은정 감찰' 논란만 부각…'정치적 중립성' 의혹 해소해야
출범 한 달을 맞은 중수청이 본연의 중대범죄 수사 기능에 집중하려면 하루빨리 초기 혼선을 수습하고 조직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중수청이 경찰로부터 통보받은 금융권 해킹 사건도 수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런 사건이야말로 중수청이 해야 하는 사건이었다"며 "제대로 역량도 갖추지 않고 무책임하게 출범시켜 놓고 '경찰 수사가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에 수사를 안 한다'고 한 건 매우 무책임한 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중수청이 수사 실적보다는 '정치적 중립성' 등을 둘러싸고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만큼 이를 정리하는 것도 급선무다.
중수청은 본격 수사 개시 전부터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면서 '자중지란'이란 지적을 받았다. 수사기관장인 김 청장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중수청장이 국무회의 등에 자꾸 불려 다니는 모습이 국민들이 보기에 별로 좋지가 않다"며 "국무회의 참석에 대해선 '지금은 조직 정비 및 수사를 해야 할 때다' 정도의 메시지로 강단을 보였어야 했다. 중수청장은 수사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석 변호사는 "김 청장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맞춰 수사기관의 거시적 운영 기조를 조율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국민들에겐 '권력에 부합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얘기인가'하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출범 초기 혼란을 넘어 중수청이 인지 사건 수사 등 실질적인 역량과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향후 조직의 성공을 가를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김희균 교수는 "중수청이 중대범죄 중 1호 사건을 무엇을 할지 정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면서 조직 정비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중수청과 중수청장이 '어떻게 수사를 하겠다'라는 의지를 드러내기보단 정치권의 눈치를 많이 보느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불안하다"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등에서 먼저 수사를 시작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하는 것을 넘어, 중수청이 인지해 공정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