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통신문도 어려운데"…이주배경 학부모 교육 사각지대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06:25

10월 17일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다가감 아카데미'에 참석한 한 학부모.(서울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가 한국 학교에 잘 적응하고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지난달 17일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다가감 아카데미'에 참석한 중국 출신 학부모의 고민이다. 한국에 온 지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은 그는 자녀의 학교생활을 돕기 위해 교육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 교육 제도부터 낯설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에게는 가정통신문을 이해하고 학교와 소통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이주배경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확대되고 있지만 학부모를 위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학부모 대상 학교생활 교육과 한국어 수업을 확대에 나섰다.

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초기 이주배경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국의 학교 제도와 교육과정, 출결 관리 등을 안내하는 '다가감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10월 17일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다가감 아카데미'에 참석한 한 학부모가 실시간 AI 통역 서비스로 수업을 듣고 있다.뉴스1 © News1 조수빈 기자

"학교생활 알려면 부모도 배워야"…언어 장벽 낮추는 교실
지난달 17일 열린 교육에는 중국과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중국에서 온 학부모 이철 씨와 염옥향 씨 역시 자녀의 학교 적응과 진학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교육은 초기 이주배경학생의 학부모를 위해 마련됐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녀의 학습과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서툰 학부모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42개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교육 현장에서는 베트남 출신 학부모가 실시간 인공지능(AI) 통역 서비스를 활용해 강의를 듣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해당 서비스는 보호자 상담과 학교생활 안내에도 활용된다. 현재 서울 지역 초·중·고교 44곳에서 지원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한국어 학습 기회에 대한 정보를 얻은 점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녀가 한국어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면 국어나 수학 등 교과 학습도 본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학부모들은 이날 결석신고서와 교외체험학습 신청서, 체험학습 보고서 등을 직접 작성해 보기도 했다. 학교에서 필요한 행정 절차를 익히고 자녀의 학교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10월 17일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한국어 교육 발대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서울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교사도 어려운 가정통신문"…학부모 교육은 사각지대
이번 지원은 학부모의 언어 장벽이 자녀교육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녀의 학습과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다문화교육지원센터 김세림 교사는 "이주배경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학생 보호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학부모가 학교생활과 교육 정보를 얻는 데 겪는 언어적 어려움은 결국 자녀교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주배경 학부모를 위한 맞춤형 한국어 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학부모를 일대일로 연결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교육은 기본 8회이며 희망하면 최대 10회까지 참여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은 일상 회화보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필요한 표현과 어휘에 초점을 맞췄다. 가정통신문을 이해하거나 교사와 상담할 때 필요한 한국어를 우선적으로 가르친다.

"배우고 싶어도 못 와"…교육 참여 문턱 낮추는 게 과제
다가감 아카데미 강사를 맡은 성미영 신강초 교감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학부모와의 소통"이라며 "이주배경 학부모들은 한국의 교육과 문화를 알아야 하지만 생업으로 바빠 자녀를 학교에 보낸 이후에는 학교를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국내 거주 기간에 따라 달랐다. 입국 초기에는 한국어 교육기관이나 취학 서류, 입학 절차 등을 주로 문의한다. 국내 거주 기간이 길어지면 자녀의 학업과 진학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작 교육이 필요한 학부모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생업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실제 이번 한국어 교육에서도 신청자는 많았지만 온라인 오리엔테이션까지 참여한 학부모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교육청은 학교를 통한 안내와 교사의 추천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의사소통 장벽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 교감은 "교육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관심이 높고 학교 적응도 빠른 편이지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학부모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와 소통하기 어려운 가정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ch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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