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법원. (사진= 연합뉴스)
A씨는 대학생이던 1980년 계엄 해제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다 계엄포고령 제10호에 따라 부모의 집에서 영장 없이 체포됐다. 이후 93일간 독방에 구금됐으며 석방된 뒤에는 대학에서 제적되고 강제로 입영했다.
2024년 8월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는 A씨를 5·18 관련자로 인정하고 보상금 6467만 9200원을 지급했다. A씨는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했다.
1심은 A씨 본인에게 4000만원, 부모에게 각각 5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부모 위자료의 각 4분의 1에 해당하는 A씨 상속분까지 합쳐 총 4250만원이었다. 다만 A씨가 주장한 구타 등 가혹행위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 본인의 위자료를 6000만원으로, 부모의 위자료를 각각 1000만원으로 올렸다. A씨가 상속받은 몫까지 합하면 총 6500만원이다.
재판부는 우선 당시 계엄포고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영장주의에도 위배돼 해제되기 전부터 무효였다고 판단했다. 전두환 등 국가기관 공무원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만큼 불법성이 매우 중대하고 재발 방지 필요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가혹행위를 위자료 증액 사유로 고려했다.
A씨는 대공분실에서 옷이 벗겨진 채 구타당하고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고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항소심은 밀실에서 벌어진 가혹행위의 특성상 피해자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증명의 곤란을 막연히 원고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A씨가 주장한 가혹행위를 모두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구금 경위와 기간, 재소자신분카드 기록, A씨의 일관된 진술 등을 종합하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음을 어렵지 않게 추단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가혹행위와 함께 불법구금 이후 약 46년간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 그동안 물가와 화폐 가치가 크게 달라진 점 등을 위자료 산정에 반영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과거 국가기관이 밀실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 자료를 종합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