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10명 중 8명 “AI가 지어낸 가짜 판례 받아봤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2일, AM 10:07

[이데일리 강민혁 기자] 민사·가사·행정 재판을 맡은 법관 10명 중 8명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허위·부존재 판례 소송 서면 인용 사례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 본인뿐 아니라 변호사가 낸 서면에서도 이런 사례가 적잖았던 것으로 나타난 만큼, 법원은 과태료 부과 근거 마련 등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6일부터 16일까지 각급 법원 법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허위 판례 등 인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이 조사에는 법관 360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민사·가사·행정 담당 응답 법관의 약 80%가 허위·부존재 판례 등이 인용된 사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례 유형별(복수응답)로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 인용이 196명(80.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허위 판례 인용 159명(65.4%), 허위·부존재 법령 인용 41명(16.9%), 허위·부존재 논문·문헌 인용 10명(4.1%) 순이었다.

허위 판례를 인용한 주체로는 당사자 본인(164명, 69.5%)이 가장 많았지만 변호사인 소송대리인이나 변호인을 꼽은 응답도 136명(57.6%)에 달했다.

법관들이 제시한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대법원 판결서 형식을 그대로 베껴 AI로 만든 허위 판결서를 낸 경우가 있었다. 처음 보는 법리와 함께 대법원 사건번호를 적었는데 검색해도 해당 판례가 나오지 않거나, 실제 판시 내용을 바꾸거나 판결 취지와 다르게 인용한 사례도 나왔다. 심지어 AI와 나눈 대화 내용이나 소송 전략에 관한 문구가 서면에 그대로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응답 법관의 91.7%는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대응방안(복수응답)으로는 과태료 부과 근거 마련(61.4%)이 가장 많았다. 인용한 판례의 검증의무 부과(61.1%), AI 활용사실 기재의무 부과(60.6%), 변호사에 대한 징계의뢰 등 제재방안 마련(55.4%)이 뒤를 이었다.

법원행정처는 허위 인용이 소송 상대방에게 판례의 존재 여부와 인용 내용을 확인·반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떠넘기고 사건 심리를 늦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변호사 없이 직접 소송을 하는 당사자는 이런 오류를 찾아내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와 실무 양면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과태료 부과 등의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두고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국회에 의견을 낼 예정이다. 전자소송 사이트에 ‘AI 활용 시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AI 활용으로 인한 허위·부존재 판례 인용은 상대방과 재판부 모두에 부담이 되고 결국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지연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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