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압박 '동물농장' 빗댄 판사 글에…'공감' 댓글 이어져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2일, PM 08:13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추진 등을 두고 현직 판사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댄 가운데, 해당 글에 현직 법원장과 판사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연합뉴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소속 성찬용 판사(사법연수원 44기)는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성 판사는 해당 글에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격과 비난을 당하고, 목적이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입법과 여론전이 난무하는데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에는 “공감한다”, “동의한다”, “지지를 보낸다” 등의 댓글이 10개 넘게 달렸다. 댓글을 남긴 이들 중에는 평판사뿐 아니라 지방법원 부장판사, 지방법원장, 고법 부장판사도 있었다.

조미연(27기) 청주지법원장은 성 판사의 글에 댓글을 달고 “조용히 있는 사이 우리도 검찰처럼 공중분해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하루가 멀다고 사법부를 비난하며 탄핵 운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자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한다”면서 “개별 판사가 대법원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 하급자로서 지시에 따라 판단한다는 생각이 깔린 것인가. 그건 저를 비롯한 전체 판사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호(44기)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판사는 “삼권분립이 풍전등화에 놓인 시국에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을 행사하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뼈저리게 성찰하게 된다”고 했다.

류봉근(38기)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는 “언제까지 사법부 전체를 근거없이 매도하고 겁박하는 것을 목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돌 던지면 맞아야 하나”라고 했다.

국양근(41기)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는 “사법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의제들이 언제, 무슨 계기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그리고 ‘숙의’가 존재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얼마나 순식간에 입법됐는지만 보더라도 최소한 그것들이 국민 ‘모두’를 위해 이뤄진 ‘발전적인’ 변화가 아니라는 것만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윤옥(35기) 창원지법 밀양지원장은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나간다’는 법관윤리강령 1조를 인용하며 “사법권 독립 및 삼권분립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그 독립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정치권력에 잠식되고 위협받는 순간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시민의 것이 아닌 국가 사법권까지 손에 쥔 거대 정치권력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적었다.

다만 성 판사의 글에 반박하는 취지의 게시글도 있었다. 박병곤(41기) 남부지법 판사는 ‘사법부 독립을 말하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성 판사님의 문제의식과 진정성을 존중하지만, 그 걱정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으려면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적었다.

박 판사는 12·3 계엄 이후 법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 과정은 상당한 논란을 낳았고,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역시 대법원장 권한 행사의 적절성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적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