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요구·영장 반려 급증…부담 커진 경찰, 인력·절차 개선 과제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3일, AM 06:10

경찰청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가 급증하고, 영장 반려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미제 사건에 송치 사건의 추가 수사까지 겹쳐 일선 경찰들은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인력 보강과 현장 지원에 나섰지만 숙련인력과 처리 여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다만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부터 예상됐던 업무 증가인 만큼 처리 지침을 구체화하고 공소청과 보완 기준·협력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요구 60% 늘고 구속영장 불청구율도↑…"의욕 꺾여"
3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소청 출범일인 지난달 2일부터 29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보완수사 요구는 1만 2465건이다. 하루 평균 445건꼴이다.

지난달 2~26일 접수분은 89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15건보다 3380건(60.2%) 늘었다.

영장 불청구율도 높아졌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4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1936건 가운데 701건(36.2%)이 공소청 단계에서 불청구됐다. 올해 1~9월 불청구율 22.2%보다 14%포인트 높다.

보완수사 요구 증가에는 검사가 직접 처리하던 추가 조사와 간단한 기록 보완도 경찰을 거치게 된 영향이 있다. 공소청 검사들은 영장이나 사건 기록을 직접 수정하면 '수사' 행위라는 논란이 생길 수 있어 보완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선에서는 사소한 문구나 오탈자까지 문제 삼는 보완 요구가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규·미제 사건을 처리하면서 이미 송치한 사건의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추가 조사도 해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이다.

서울 일선서의 한 여성청소년범죄 수사팀장은 "미제사건을 줄이라는 압박은 계속되는데, 보완수사에서는 '은행'을 '금융기관'으로 고치라는 요구가 내려온 경우도 있었다"며 "전자기록이라는 이유로 직접 수정하지 못한다며 사소한 부분까지 보완을 요구하니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애써 붙잡은 피의자에 대한 영장도 불청구돼 수사에 제동이 걸린다는 반응도 나온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한 경정급 경찰관은 "피해 금액도 10억 원이 넘는 범죄에 대해 피의자 5명을 체포했는데 검찰에서 '단일 범행'이라는 이유로 영장을 불청구한 경우도 있었다"며 "우선 확인된 범행으로 신병을 확보하고 여죄를 찾아가는 게 수사인데, 의욕이 꺾이고 사건 처리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수사 이력 증원한다지면 숙련도 한계…보완 기준·실무 협력 정비해야
이같이 늘어난 일선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찰청은 수사인력을 보강·재배치하고 보완수사 지원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앞서 기동대 정원을 줄여 확보한 881명분을 수사 분야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645명분은 일선 경찰서 통합수사팀에 배정하고, 사이버수사와 마약수사에도 각각 56명분과 42명분을 보강하도록 했다.

시도경찰청 수사협력계는 보완수사·재수사 요구와 시정조치 요구 사건을 접수부터 이행 결과 통보까지 관리·지원한다. 본청도 현장 상담·지원 전담팀(TF)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인력 확보와 업무 분담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는 향후 5년간 변호사 자격자 500명 이상을 채용하고, 사건·증거자료의 접수와 등록은 일반행정공무원이 전담하도록 권고했다. 경찰은 이를 수용하고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수사의 질을 높이거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기존 인력들은 사건 처리와 신임 수사관에 대한 교육을 함께 맡아야 해 증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감급 형사는 "수사는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바로 일사천리로 되는 일이 아니다. 현장 감각과 경험이 쌓이고 팀원 간 호흡도 맞아야 한다"며 "증원이 이뤄져 서류를 작성할 직원이라도 늘면 도움이 되겠지만 새 인력이 팀에 녹아들고 수사업무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보완 요구를 관리할 조직과 인력을 늘려도 반복적인 기록 검토와 단순 수정에 드는 시간을 줄이지 못하면 실질적인 업무 부담을 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수사·기소 분리 이후 달라진 업무에 맞춰 기관 간 실무 협력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완 요구와 사건 처리 기준을 세우고, 수사 초기부터 기관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가 까다로운 사건은 수사 방향을 정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단계부터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이 기소를 담당할 검사에게 사전 조언·자문을 구할 수 있는 협력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청은 통일된 보완 요구 기준을, 경찰은 구체적인 이행·처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더라도 사건 해결을 위한 협력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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