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보컬" 차트까지 점령한 AI 음악…창작 생태계는 위축 우려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3일, AM 07:00

2일 오후 멜론 톱100 차트에 AI가 활용된 음원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2위에 올라 있다. (멜론 앱 갈무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노래가 국내 음원차트 2위에 올랐다. AI라는 사실을 알고도 듣겠다는 청취자가 늘고 있지만, 곡 제작에 쓰인 AI 서비스 '수노'는 기존 음원을 무단 학습했다는 의혹으로 소송에 휘말렸다.

전문가들은 AI 음악이 기존 창작물을 학습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저작권에 대한 보상은 불분명해 창작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래 좋으면 AI여도"…익숙한 목소리로 차트 2위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지난 10월 26일 멜론 TOP100 차트 2위에 올랐다. 어른이 된 뒤 마주한 고민과 어린 시절 꿈꾸던 모습 사이의 간극을 담은 곡으로, 각종 숏폼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입소문을 탔다.

제작에는 음악 생성 AI 서비스 '수노'가 쓰였다. 작곡가팀 글로리웨이브가 기획과 작사, 전체 프로듀싱을 맡고 멜로디와 보컬은 AI로 구현했다. AI 보컬로 이루어진 노래가 국내 주요 음원차트 최상위권까지 오른 첫 사례다.

작곡에 AI가 활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해당 곡을 자주 듣는다는 직장인 최 모 씨(33)는 "처음엔 AI임을 모르고 들었다가,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며 "AI가 만든 음악이더라도 느껴지는 감동이나 감성은 여전해 계속 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I 음악을 듣겠다는 이용자도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음악 이용자 조사'에서 AI 활용 음악을 감상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3.7%로, 전년 26.5%보다 7.2%포인트(p) 높아졌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AI 음악의 균일함을 그 매력으로 짚었다. 김 평론가는 "사람의 목소리엔 여러 결점이 함께 있지만, AI 보컬은 수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끄러운 소리가 나와 언뜻 들으면 사람이 부른 것보다 좋게 들릴 정도"라며 "음정을 보정하거나 기계음으로 다듬은 목소리에 익숙한 청취자들은 AI 보컬에도 거부감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숙한 음악을 구현하는 능력도 AI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김 평론가는 "가수나 연주자 특유의 개성을 찾는 마니아층과 달리, 대중적으로 편하게 듣는 이지리스닝 음악 시장에는 AI가 얼마든지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AI 학습에 흔들리는 저작권…음악 창작 생태계 위축 우려
흥행과 별개로 음악 생성 AI의 학습 방식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이어지고 있다. 수노는 기존 음원을 허락 없이 복제해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음반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유니버설·소니 계열 음반사들은 지난 9월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수노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BTS 참여곡 '배드 디시전스' 등 음원 6만 202개를 무단 복제해 AI 개발에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수노는 학습을 위한 복제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AI가 만든 노래의 표절 여부와 별개로, 학습에 쓰인 원곡의 이용 허락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성된 노래가 기존 곡과 똑같지 않다 보니, 주로 다투는 건 학습 자료를 허락받고 가져왔느냐는 것"이라며 "권리자가 가져가지 말라고 한 음악을 무단으로 가져왔다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AI가 마치 '블랙박스'와 같아 학습 범위와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수많은 노래 중 어떤 곡, 어느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갔는지 자료를 수집한 쪽도 모를 수 있어 소송에서도 입증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에서도 AI를 사용한 음악과 학습에 사용된 음악의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정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무주공산'에 가깝다"고 했다.

AI 음악의 확산이 기존 창작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평론가는 "기타 하나만 칠 수 있어도 나머지 연주를 모두 AI로 만들 수 있다"며 "연주자의 개성과 경력이 담긴 연주보다 값싼 AI를 택하면 세션 연주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학습에 대한 보상도 기존 창작자의 수익을 충분히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 평론가는 "AI가 무엇을 학습했고 누구의 연주를 조합했는지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며 "학습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기존 저작권으로 누리던 수익에는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인의 스타일이라고 명기하고 사용할 때마다 돈을 내면 소수의 뛰어난 창작자는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지만, 모든 연주자에게 그런 이름표를 붙일 수는 없다"며 "이름표가 없는 사람들은 더 보호받지 못하면서 창작 생태계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any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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