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불법 제조에 사용된 감기약(사진= 서울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제조 총책 A 씨 등 5명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에서 감기약에 함유된 슈도에페드린 성분을 추출한 뒤, 황산·염산 등 화학물질과 혼합·가공해 필로폰 약 1.36kg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필로폰 제조를 위해 슈도에페드린 635g을 소지한 혐의도 받는다.
A 씨 일당은 유치권 분쟁으로 장기간 비어 있던 인적이 드문 아파트를 범행 장소로 골랐으며, 외부인 출입을 감시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와 주차 차단기까지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과거 교도소 수감 생활 중 알게 된 인맥으로 공범을 모은 이들은 초기 제조 기술자가 성공하지 못하자 과거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기술자로 교체하기도 했다. 또한 인터넷에 공개된 해외 논문과 과학실험 영상, 유사 범죄 판결문 등을 참고해 필로폰 제조법을 연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에는 의약품 유통 관련자들의 불법 방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약사 B 씨는 A 씨가 필로폰을 제조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총 6회에 걸쳐 감기약 1만 610통(총 63만 6600정)을 판매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약국이 아닌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감기약을 건네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C 씨 등 2명은 A 씨의 지시로, B 씨로부터 감기약을 대리 수령 후 A 씨에게 전달해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약사 자격 없이 A 씨에게 감기약을 판매한 약국 실장 D 씨와, 거래 내역을 관리대장에 기재하지 않고 황산·염산을 판매한 화공약품 판매업자 E 씨 등도 함께 적발됐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필로폰 제조 현장 아파트 내·외부(사진= 서울경찰청)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슈도에페드린 성분 감기약의 마약 제조 악용을 막기 위해 판매량 제한과 구입 목적 확인 등 관리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의약품이 의사 처방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현행 관리 체계만으로는 불법 제조 악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제조 사범 검거에 그치지 않고 원료 공급망을 끝까지 추적해 관련자 전원을 형사 처벌 및 행정 처분 의뢰했다”며 “시중 일반의약품 감기약이 마약 제조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 성분 감기약의 ‘전문의약품 전환 지정’ 등 신속한 규제 검토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