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민 성토장 된 행정기관 이전 공청회…“사전협의 없어”(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3일, PM 03:10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지역균형발전과 정부 부처 간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에 대한 공청회가 과천시민들의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정부과천청사에는 법무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행정기관들이 포진돼 있지만 기관 이전과 관련해 정작 과천시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3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중앙행정기관 세종이전 관련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중앙행정기관 세종이전 관련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과천시장·시의회의장도 거세게 항의

과천시민들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개최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 계획 변경(안) 공청회’에 참석해 정부의 이전 계획을 맹비난했다.

과천에서 온 한 시민은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은 당위성과 정통성이 있어야 하는데, 토론자들은 이전을 당연시하고 특공(특별공급)이나 차비만 말하고 있다”며 “특히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고 한 만큼 이 공청회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과천시민은 “이전하는 공무원의 정주여건 편의, 국정 효율성다 중요하지만 과천에 사는 시민 입장에서는 도시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면서 “과천은 행정청사, 종합청사가 정체성인데 이 정체성이 무너지고 이전으로 인해서 상권과 경제적 타격이 크다”고 강조했다.

신계용 과천시장도 거들었다. 신 시장은 “정부의 세종시 이전 계획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청회에) 초청을 받아서 왔는데, 주재자 교수님을 비롯해 일곱 분의 토론자들이 떠나가는 지역(과천)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 한 말씀 없어 섭섭하다. 초청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과천시는 제2정부청사가 있던 행정도시인데, 2014년 주요 부처가 다 떠나면서 정부가 발표한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이 과천 행정 기능을 계속 유지해주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번에 6개 주요 부처가 다 떠나면서 그 기능마저 완전 무시하는, 이런 처사를 과천시와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발표했다”고 토로했다.

황선희 과천시의회 의장도 참석해 과천청사 활용방안을 비롯해 과천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정창성 행안부 청사시설기획관은 참석자들의 여러 질의에 “방미통위와 다른 기관이 (과천청사를) 빠져나간다면 (다시) 채울 생각이 있고 수요조사 중”이라며 “행정기능이 유지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관 이전을) 사전협의 없이 한 것 아니냐는 것에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행정기관 이전이라는 정책 특수성이 있었다”면서 “과천시하고 나중에 진행 상황이라든지 논의할 부분이 있으면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공청회장 근처 광화문광장에는 과천시민 약 250명도 나와 정부의 세종시 이전계획 등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서 시위를 벌였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세종 공청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김 차관 뒤로 신계용(오른쪽) 과천시장과 황선희 과천시의회 의장이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세종 공청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김 차관 뒤로 신계용(오른쪽) 과천시장과 황선희 과천시의회 의장이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 내년 금융위 등 23곳…2031년까지 경찰청 등 8곳 이전

앞서 행안부는 지난 10월 13일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세부 계획’을 발표하고, 세종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을 44곳으로 확정했다. 공무원 정원 기준 총 9929명이다.

이번 이전계획 변경안은 이 중에서 별도의 법 개정 등 없이 현행 법령에 따라 이전할 수 있는 31개 기관, 공무원 정원 5460명을 우선 반영했다.

이 중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미통위, 국가인권위원회 등 23곳(1831명)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민간건물 등을 임차해 내년 안에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8곳(3629명)은 신축 청사를 확보한 뒤 2031년까지 이전할 예정이다.

31개 기관의 이전 비용은 임차 청사 이전에 약 557억원, 신축 청사 건립에 약 1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행안부는 공청회 이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이전계획 확정안에 대한 대통령 승인을 받은 뒤 관보에 이전 대상 기관과 이전 시기, 방법, 비용 등을 최종 고시할 방침이다.

이전계획 변경안 설명 이후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는 이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거, 교육, 배우자 지원 등 정주여건 조성을 위한 세심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택공급을 임차·분양·장기임대 등으로 다양화하고, 세종 이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시성 행정을 줄이고 기존 업무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이전 대상 노조위원장들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당장 내년 상반기 이전 대상인 방미통위의 노조위원장은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생활 보호와 공무원 노조법의 근무조건 직결 결정을 당사자의 말 한마디도 듣지 않고 진행했다”며 “공무원은 정부의 부품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준비 기간은 길어야 반년 남짓이다. 그 사이 집을 구하고 아이 학교를 옮기고 맞벌이 배우자의 거취를 정해야 한다”며 “대책이 합당하지 않다면 내년 상반기라는 이전 시기를 재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경찰청 노조위원장도 “경찰청은 정원이 2000명으로, 이 인원이 한꺼번에 이전하게 되면 주택 공급 등 굉장히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인원이 많은 경찰청의 경우 단계적으로 기능을 나눠 이전 여부를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전 여건 조성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이전 대상 공무원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나는 시점으로 이전 시기를 조금 늦추면, 대회 선수촌으로 지은 임대주택 2367호 중 일부를 이전 공무원 주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이전 감행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준영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행정기능을 세종으로 집중시킬 필요는 없다”며 “현장집행과 대국민 서비스 기능은 업무 특성과 국민 접근성을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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