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압수수색 달라진다…경찰, 진료공간 밖에서 우선 집행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3일, PM 07:4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앞으로 경찰이 응급실 등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료사고를 수사할 때 진료공간이 아닌 곳에서 우선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수사 절차가 바뀐다. 사망사고 관련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도 의료기관 관리자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환자안전과 진료의 연속성을 보호하면서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정은경(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복지부)
정은경(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복지부)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는 3일 정은경 복지부 장관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기관장 회의를 열고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30일 경찰의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이후 의료계가 필수의료 현장에 대한 강제수사 방식 개선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의료계는 응급환자 진료가 이뤄지는 공간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되면 환자안전이 위협받고 의료진의 진료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양 기관은 환자안전과 진료 연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충실하게 확보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의료계와 현장 수사관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한 뒤 전국 수사 현장에 신속히 안내하고 적용할 계획이다.

우선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사망사고 관련 112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이 현장에 출입하기 전 의료기관 관리자와 협의하도록 한다. 현장 업무도 가급적 응급진료가 이뤄지는 공간이 아닌 곳에서 처리한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비진료공간에서의 우선 집행과 행정·전산 담당자와의 우선 협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의료 장비와 진료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긴급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절차를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압수수색 자체를 금지하거나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거나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한정해 압수수색을 실시한다. 영장 집행 시에는 수사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지키고 참여권 보장 등 적법절차와 영장에 명시된 집행 조건을 준수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응급환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유족의 증거 확보가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 환자단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은경 장관은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필수의료분야의 장기적 유지를 위해 현장 의료진이 불안감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며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의료계 및 경찰청과 논의하고 협력해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은 그간 의료 현장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존중하며 신중하게 수사해 왔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 원칙을 더욱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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