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상승'에 서울역 노숙인 쉼터 이전…"갈 곳 없다" 힘겨운 겨울 예고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4일, AM 07:52

3일 오전 11시쯤 서울 용산구 '따스한채움터'의 대기 공간에서 무료 급식 운영을 기다리는 이용객들. 2026.11.3 © 뉴스1 이동건 기자

서울역 일대 노숙인과 인근 쪽방촌·고시원 주민 등의 쉼터인 '드림씨티'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부천으로 이전하면서 노숙인들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예고된다.

인근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관련 시설이 있지만 민간 시설인 드림씨티보다 규모가 작거나 역할이 다르다. 현재 서울역 일대에서 '노숙인 쉼터'로 기능하는 시설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년 운영 민간쉼터 떠나자……대합실·길거리·지하보도로 뿔뿔이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2011년 4월부터 15년 이상 서울 용산구 서울역 13번 출구 앞을 지키던 드림씨티 노숙인센터교회는 지난달 말 경기도 부천시로 이전했다. 서울역 인근 임대료가 크게 오른 탓이다.

드림씨티는 서울시립 무료 급식소인 따스한채움터 인근에 있었다. 노숙인들은 이곳에서 더위와 추위를 피하며 급식을 기다렸다. PC 이용과 바둑 두기 등 여가 생활도 즐겼다. 드림씨티는 일대 노숙인과 쪽방 주민의 쉼터이자 친교 공간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드림씨티가 부천시로 옮기면서 이곳을 이용해 온 시민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다.

따스한채움터에서 만난 김순옥 씨(73·여)는 "드림씨티는 아침 일찍 문을 열어서 6시에 가면 쉴 수 있어 편했다"며 "눈이 오거나 비가 올 때도 거기서 쉴 수 있었고 더울 때는 시원하게 해주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해줘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김 씨는 "지금은 밖에 있을 데가 없다"며 "없어지고 나니까 갈 데가 없어서 서울역 대합실에 앉아 있다가 이곳(따스한채움터)으로 왔다"고 했다.

김창복 씨(56·남)는 "원래는 6시에 드림씨티에 가서 앉아 있으면 계속 있을 수 있었는데 이제 노숙인들은 일어나 나오면 갈 데가 없다"며 "원래는 드림씨티 지하에 내려가서 컴퓨터를 하고 장기도 두다가 시간이 되면 여기(따스한채움터)에 와서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최우경 씨(67·남)도 "(따스한채움터가 열기 전까지) 고속버스터미널에 있다가 지하철 타고 문 여는 시간에 여기로 온다"며 "드림씨티에선 지하에서 장기도, 바둑도 뒀는데 그런 게 없으니 불편하다"고 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지하보도에 노숙인들의 짐이 보인다. 2026.11.3 © 뉴스1 이동건 기자


인근 시설 있지만 기존 쉼터 대비 좁고 열악…시민단체, 지원 확대 촉구
서울역 일대에는 드림씨티 이외에 노숙인 관련 시설이 있기는 하다. 급식소인 따스한채움터가 대표적이다. 전날(3일) 오전 11시쯤 찾은 따스한채움터에서는 이미 80여 명이 급식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따스한채움터 관계자는 "노숙인뿐 아니라 근처 쪽방촌, 다시서기 등 주변 시설에 계시다가 오시기도 한다"며 "저녁 식사 시간에는 인원이 많아 2층까지 대기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점심과 저녁 시간에 각각 200명 안팎의 인원이 따스한채움터를 찾고 있다. 따스한채움터는 폭염과 드림씨티 이전 등을 고려해 지난 8월부터 운영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따스한채움터는 '급식소'인 탓에 쉼터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 관계자는 "밥 먹기 전 대기 공간이기 때문에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4시간 정도 개방했던 드림씨티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보 매체 등 설비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리스행동이 지난달 서울역 인근 거주자와 노숙인, 기존 드림씨티 이용자 등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6%는 'TV 시청 등 여가 활동'을 위해 드림씨티를 찾았다.

또 응답자의 과반(54.5%)은 드림씨티가 제공하는 지원을 다른 지원 기관에선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쉼터 기능을 하는 서울시립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도 인근에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드림씨티보다 상대적으로 협소하고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희망지원센터는 샤워실과 수면실 등 설비를 갖추고 TV도 설치돼 있었다. 다만 이용자와 봉사자 등 30~40여 명이 공간에 있으면 꽉 차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좁았다. 가방 등 짐을 둘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홈리스행동은 "홈리스 분들이 기존의 생활 사이클이 무너지며 '어디 가 있어야 되냐'고 힘들어하신다"며 접근성이 좋은 따스한채움터가 쉼터로 기능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사회복지 관련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기존 시설에 서비스 추가 방안 검토 여지"
서울시는 관련 시설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희망지원센터, 만나샘 등 노숙인 시설에서도 관련 서비스와 휴게 공간을 제공한다"며 "드림씨티에서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참고해 기존 시설 등에 관련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시설이 있기 때문에 주민 민원 등 문제도 있어 현재로서는 시설을 추가 설치할 계획은 없다"며 "따스한채움터 관계자들도 이용자들이 주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고시원을 마련하는 등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다"고 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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