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딸 의혹' 경찰에 보내지도, 이첩 요청도 못하는 중수청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4일, PM 03:22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0.27 © 뉴스1 황기선 기자

경찰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딸 허위 스펙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중대범죄수사청은 한 의원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지도, 넘겨받지도 않고 있다. 출범 한 달을 맞은 중수청이 '1호 사건'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인 부패 범죄·금융 범죄 등 대형 중대범죄 사건 수사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중수청 반부패수사국은 형법상 제3자 뇌물, 증거인멸 교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한 의원 부부 사건을 지난달 16일 배당받아 검토하고 있다.

중수청은 아직까지 이 사건에 대해 이첩 요구를 할지, 경찰에 넘길지 등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고발인 조사도 아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지난달 16일 한 의원 고발 건을 서울경찰청에 이관 접수했지만 수사 속도엔 중수청과 차이가 있다. 경찰은 19일 사건 배당을 마치고 27일부터 나흘 연속 한 의원 사건 관련 고발인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중수청으로부터 이첩 요구가 오기 전까지는 수사를 이어나가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사가 중단될 수도 있지만 마무리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이첩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자존심이 있다"고 했다.

경찰과 달리 중수청이 한 의원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엔 출범 초기 정치적 사건에 대한 셈법이 깔려 있단 해석이 나온다.

중수청이 아직까지 중대범죄 수사로 홍보할 만한 실적도 내놓지 못한 상태인데, 한 의원 등 정치인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 개시할 경우 '1호 사건'부터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1호 사건은 상징성이 있어 해당 기관의 수사 방향성 등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김지용 중수청장이 한 의원 사건 진상규명에 의지를 드러냈지만, 중수청에서 하는 유의미한 수사 1호가 야당 당대표를 지냈던 중량급 대선 후보 잠룡을 조사하는 게 되는 건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1호 사건은 관심도가 큰 만큼 수사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유력 정치인 관련 사건이 1호 사건으로 주목받다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기관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의원 사건은 혐의가 입증이 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보고 수사할 것"이라며 "주요 인사에 대한 수사는 혐의 입증 부담이 생기는데, 이도 저도 안 되고 발을 빼지도 못하는 것보단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한 달을 맞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 현판이 걸려 있다. 2026.11.2 © 뉴스1 김민지 기자

중수청은 출범 직후 쏟아진 정치인 등 유명인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하나둘 다른 수사기관에 넘겨왔다.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고발된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건과 김지용 중수청장을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다.

그렇다고 한 의원 사건을 다른 사건처럼 경찰에 이첩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추 지사, 임 청장 사건은 명예훼손이 주된 혐의여서 중수청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한 의원이 고발된 제3자 뇌물 혐의는 중수청이 수사할 수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도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경찰에 이첩하기보단 중수청에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수사 개시 시기가 변수일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중수청이 1호 사건을 뭘로 할지에 대해 나름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고려를 안 할 순 없다. 다만 행정부 소속인 수사기관의 속성상 현 여권보다는 야권 인사에 대해 수사하는 데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추 지사, 임 청장 사건과 달리) 한 의원 사건을 경찰 등에 넘기지 않고 갖고 있다는 것은 정치적 부담도 감수하면서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중수청이 혐의 입증도 수월하고 실적으로서 상징성 있는 중대범죄 1호 사건을 찾기 전까진 대형 중대범죄 사건 수사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중수청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거나 송치한 사건은 대부분 마약 사건과 보이스피싱 사건이다.

하지만 대형 사건을 맡아 수사 실적을 내기에는 아직 중수청의 인력도 부족하고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일선 수사팀을 지휘하는 과장급 이상 인사도 비어있는 지방중수청들이 많다.

경찰이 지난달 중수청에 금융권 해킹 사건을 통보하면서 중수청 1호 중대범죄 사건이 될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중수청은 수사 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중수청은 경찰이 이미 수사에 상당한 진척을 보여 계속 수사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지만, 아직 중수청 수사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이 교수는 "실적을 내기 위한 중대한 수사는 최소 3개월 이상을 수사에 투입해야 하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힘들어보인다"며 "금융권 해킹 사건은 중대범죄로서 의미가 있는데 결국 수사를 안 맡지 않았나. 상당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투입돼야 하고 기소까지 되는 게 만만치 않을 거라 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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