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 뉴스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이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제작 사업'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약 12시간 동안 압수수색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경기 과천시에 있는 중앙선관위 선거기반과, 발급기 제작 업체 A 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8시 45분까지, 제작 업체 A 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9시 10분까지 이어졌다.
현장에는 파견 검사 2명과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 10명을 포함한 총 32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영장에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가 적시됐다.
특검팀은 중앙선관위가 '2024년형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제작 및 소모품 구매 사업'에서 A 사에 사업자 선정·소모품 공급 특혜를 제공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된 사업 규모는 총 459억 원이다. A 사가 공급한 약 1만 7000대의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관련 사업비만 약 321억 원에 달한다. 이는 최근 5년간 중앙선관위가 발주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또 A 사가 각급 선관위에 2023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잉크, 유지보수 박스 등 소모품을 독점 공급한 금액은 총 138억 원이다.
구체적으로 특검팀은 선관위가 입찰 공고 전 A 사에 사업계획을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 A 사가 장비 성능평가 이후 투표용지 발급기에 자사가 제작하는 전용 잉크만 인식되도록 임의로 개조해 계약을 위반했음에도 선관위가 이를 묵인했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아울러 전국 각급 선관위가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으로부터 구매하기로 한 잉크 등 소모품을 A 사와만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도록 내부 지침을 변경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중앙선관위가 해당 업체가 투표용지 발급기뿐만 아니라 10년의 투표용지 발급기 사용 기간 동안 잉크 등 소모품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독점적 공급 구조를 만들어준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 뉴스1
이와 별개로 특검팀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투표소의 투표록이 경찰 수사 등에 대비해 중앙선관위의 지시로 사후 위·변조된 정황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특검보 1명,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4명, 포렌식 수사관 14명, 수사관 25명 등 총 44명을 동원해 중앙선관위 선거관리과와 서울시선관위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밤까지 투표록 관련 중앙선관위 압수수색은 이어지고 있다.
특검팀은 중앙선관위 과장급 직원, 지역선관위 선거과 직원 등 최소 10명을 직무유기, 공문서 위·변조 및 동행사 등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록은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투표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와 투표용지 관리, 교부, 투표 상황 등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지자체 공무원이 투표관리관 등 자격으로 투표 당일 작성하고 개표가 종료되면 봉인해, 당선인의 임기 종료 시까지 보존해야 한다.
특검팀은 지방선거에서 용지 부족 사태로 일련번호가 인쇄되지 않은 '무번호 투표용지'가 140여 곳의 투표소에 배포돼 실제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는 일련번호가 인쇄돼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위·변조가 의심되는 투표록이 발견된 투표소는 최소 40곳에 이른다.
특검팀은 무번호 투표용지와 관련한 책임 추궁이나 소송을 피하기 위해 선관위가 투표록 위·변조를 지시했다고 의심한다. 중앙선관위는 6·3 지방선거 다음 날부터 관련 수사를 우려해 사태 파악에 나섰고, 이후 각급 선관위는 구체적인 투표록 수정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위·변조된 투표록이 이후 중앙선관위에 취합됐고, 용지 부족 사태 이후 국회 등에 위·변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그대로 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번 투표록 위·변조를 포함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그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doo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