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월 발생한 대형 화재 당시에도 감식을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환경이 조성돼 있는 탓이다. 반복되는 화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구룡마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모습이다.(사진=염정인 기자)
4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지난 1월 16일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에 대해 합동감식을 벌인 뒤 “연소가 심해 구체적인 발화 지점과 원인은 알 수 없다”며 ‘원인 미상’의 화재로 결론내렸다. 당시 화재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약 300가구를 태웠고, 연기 등으로 인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 한 집에서 전기 합선 때 나타나는 단락흔 등이 발견됐다. 다만 이 흔적이 화재의 원인이 되는지 이미 번진 불로 인한 2차적 현상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을 내진 못했다.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이유는 구룡마을이 화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 탓으로 해석된다. 실제 당국이 작성한 화재현장 조사서에선 여러 화재 원인이 지목됐다.
담배꽁초 등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졌을 가능성도 있을 뿐만 아니라 무허가 주택으로 구성된 마을 특성상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전기 시설이 화재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지목했다. 난방과 취사용으로 사용되는 연탄과 액화석유가스(LPG)통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 중 하나로 적시됐다.
특히 이 조사서는 이 일대를 노후화·밀집화·미로화된 구조라고 설명하면서 “급격한 연소 확대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불이 난 건물은 ‘떡솜’(보온용 솜)과 비닐, 합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로 구축돼 화재에 매우 취약한 구조였다고도 분석했다.
아울러 일부 주민들이 제기한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의적 요인(방화)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화재 원인을 특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구룡마을 이주와 보상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이어져 온 점을 고려하면 해당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아울러 보고서는 당시 현장의 문제점으로 △소방용수 인프라 부재 △소방 활동 공간 제약 △건축물 구조 취약성 △인명 피해 잠재적 위험성 등을 지적했다.
(자료= 소방청, 그래픽= 김일환 기자)
소방과 경찰 등 당국은 지난달 27일 발생한 화재에 대해서도 세 차례 합동감식을 벌여 원인규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지난 1월 화재와 유사한 결론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김시국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감지기라도 설치했다면 최초로 작동한 구역을 토대로 발화 가능성 구역을 좁힐 수 있지만 구룡마을은 이마저도 여의찮은 환경”이라며 “불은 순식간에 번지는데 건물 간의 거리가 매우 좁고 주변에 가연물도 많은 현장이기 때문에 최초 발화 지점과 원인을 규명하는 데 현실적으로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잇단 화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빨리 구룡마을의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회적인 논의가 더디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도 재개발 논의를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구룡마을 주민들은 화재 안전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공간에 살고 있다. 가능한 빠르게 이주를 하고 구룡마을을 안전한 환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밀려난 철거민 등이 모여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이어져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