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본보기 목적"·공정위 "별개 조사"…자료 제출 법정공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5일, PM 04:36

[이데일리 강민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과정에서 쿠팡에 내린 자료 제출 명령을 두고 항소심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쿠팡은 법원이 기존 현장조사를 중단하도록 결정하자 공정위가 곧바로 새로운 조사에 나선 것은 조사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별개의 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정당한 조사이며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쿠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쿠팡 본사 정문 전경. (사진=연합뉴스)
쿠팡 본사 정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윤강열)는 5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보고·제출명령 처분 효력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쿠팡이 지난달 30일 낸 이번 신청의 대상은 공정위가 9월 쿠팡 본사 현장조사 때 내린 열람 허용 여부 회신 요구와 저장장치 자료 제출명령이다.

쿠팡은 공정위가 현장조사 과정에서 별도로 분류해 봉인한 저장장치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하고, 관련 시스템의 열람 허용 여부까지 회신하도록 요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정위가 새로운 현장조사에 착수한 경위부터 문제 삼았다. 지난 8월 27일 법원이 앞선 3차 현장조사의 효력을 한 달간 임시로 정지했는데도 공정위가 나흘 만에 4차 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영업일로 하루 밖에 없었는데 그 사이 새로운 무엇이 발견됐다고 하긴 너무 짧은 시점”이라며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조사 아닌가 상당히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실제 위력이나 불이익이 압수수색이나 다를 게 없으며 현실적 이유로도 법적 절차를 다투기 힘들어 사각지대”라며 “포괄적·탐색적 조사, 과도한 중복조사 권한에 따른 문제점이 집약돼 있는 데다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정위는 “이 사건 현장조사는 기존 조사와는 전혀 다른 별개”라고 반박했다. 앞선 조사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관한 것으로 담당 부서와 조사 대상도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영업비밀이 노출된다는 쿠팡 측의 설명이 필요한데 오늘까지도 없다”며 “앞서 효력정지가 인용된 다른 사건은 외부 회계사의 문자메시지 등 사생활 침해가 문제였으나 이번 저장장치 자료는 개인 사생활과 무관한 업무 자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쿠팡이 해당 자료를 별도 저장장치에 분류해 봉인하면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제출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자료 제출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를 놓고도 맞섰다. 쿠팡은 봉인된 자료가 공정위에 넘어가면 “금전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전형적인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자료 제출 이후로 달라지는 건 결국 공정위가 내용을 알게 된다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자료제출명령을 내린 주체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제81조도 쟁점이 됐다. 쿠팡은 공정거래법상 자료제출명령은 공정위가 내려야 하는데 조사 직원 명의로 발령돼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명령서를 작성하고 전달한 직원과 실제 처분 권한을 가진 주체는 구분해야 하며 관련 내부 규칙에도 명령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오는 11일까지 관련 쟁점을 정리한 추가 서면을 제출하도록 한 뒤 심문을 마쳤다. 효력정지 여부는 서면 검토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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