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2024.6.26 © 뉴스1 김진환 기자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특허 출원 업무에 불만을 품고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불을 질러 변리사를 포함한 수십 명이 다치는 등 전문직을 겨냥한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자신이 부당한 피해를 봤다는 왜곡된 인식과 이를 외부에 알리려는 심리가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름과 근무지가 공개되고 환자·의뢰인을 직접 상대하는 직업 특성상 일터에서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있다.
의사에게 흉기·변리사 사무실에 방화…불만이 강력범죄로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4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50대 여성 A 씨를 붙잡아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세브란스병원 의사가 다른 병원과 짜고 진료받으러 가는 것을 막아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는 과거에도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인천에서 무차별적인 흉기난동으로 시민 8명을 다치게 한 최충락(59)은 범행 전 무좀 치료에 불만을 품고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흉기 소지가 적발되기도 했다. 병원장 부부를 미행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위협에 병원 측은 사설 경호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특허 출원 업무에 불만을 품은 이명수(77)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잇달아 불을 질러 변리사 등 26명이 다쳤다. 이 중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명수는 2022년에도 같은 특허법인들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충락과 이명수는 치료나 업무 처리에 대한 불만을 세상에 알리려 했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범행 동기로 내세웠다. 실제 피해를 입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신의 불만을 앞세워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 셈이다.
김연수 동국대 범죄학과 교수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느끼는 울분과 이를 외부에 알리려는 심리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며 일부 범행에는 망상에 가까운 피해 인식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짚었다.
'역삼동 70대 연쇄방화범' 피의자 이명수 © 뉴스1 김도우 기자
근무지 등 공개로 불안…"기관 간 정보 공유로 안전망 구축해야"
진료·상담 현장에서는 위협하는 상대가 자신의 이름과 근무지를 알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일터로 다시 찾아오는 것을 막기 어렵고, 업무를 위해 환자나 의뢰인을 직접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에 의한 폭행·위협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상 그런 일이 있는 건 아니니까 병원에서 안전 인력을 두기가 쉽지는 않다"며 "안전 인력이 없는 병원들은 무방비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신원과 근무지가 공개되는 데 대해서도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문을 잠가 놓고 진료할 수도는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업별 특성에 맞는 안전 규정을 마련하고, 위험 행동이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기 전에 치료로 연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 교수는 보호관찰소·경찰·의료기관의 정보 공유와 조기 치료를 통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하되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