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1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ㆍ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되고 있다. 2026.11.5 © 뉴스1 신웅수 기자
'조작기소 특검법'이 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재판 독립 침해와 이해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조작기소 사건을 수사할 특검을 이 대통령이 셀프 임명하는 구조, 여권발 사법개혁으로 분리된 수사·기소 권한을 특검에만 몰아주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특검의 '공소 취소 조항'을 삭제한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 국가기관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조작기소 특검법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하며 곧바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해 본회의 통과 저지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조작기소 특검이 출범하면 이재명 정부 들어 가동되는 특검이 7개로 늘어난다. 지난해 출범한 3대 특검인 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을 시작으로 관봉권·쿠팡 상설특검, 2차 종합특검, 선거관리위원회특검이 출범했다. 이 중 지난 9월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기소 분리해 놓고 특검만 예외…법조계 "헌법의 평등·공정 원칙 깨졌다"
법조계에서는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변호사단체, 전 검찰총장 등이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권을 갖고 있던 검찰청이 없어졌는데, 정작 특검은 수사권을 가지고 있단 점은 조작기소 특검의 큰 모순으로 꼽힌다.
뉴스1이 입수한 조작기소 특검법안 관련 법원행정처의 검토 의견에는 "10월 2일 형사사법절차 개편이 이뤄졌음에도 제정안은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된 사항이 반영돼 있지 않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기소 분리는 기존 검찰의 막강한 수사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며 여당주도로 이뤄진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이밖에도 검토 의견서에는 △이의신청 규정의 부재 △공소유지 변호사 도입 △이례적인 영장재판의 전속관할(서울중앙지법)·영장전담법관 보임 △수사과정 언론브리핑에 따른 피의사실 공표 등이 위헌 요소가 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이의신청 규정과 관련해서는 "수사대상이 된 자는 특별검사가 직무범위를 벗어난 수사 등을 하는 경우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장치로 기능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를 들어 설명했다.
전속관할 및 영장전담범관 보임에 대해서는 "기존 내란·외환 특검법과 내용이 유사하지만 개정안은 내란·외환 죄 등 범죄 기준이 아닌 개별 사건에 대해 영장 재판의 전속관할을 둔다는 점이 다르다"며 "이미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각종 영장 청구도 서울중앙지법의 전속관할로 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르면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은 해당 재판을 심리하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므로 추후 증거능력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검사의 수사권이 없어졌는데 특검에선 여권이 유리할대로 수사·기소 모두 가능하게 운용한 것"이라며 "엿장수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인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 검찰을 없애겠다며 수사권을 없애고 수사·기소를 분리했는데, 검사가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이번 특검 수사는 100% 다 정치적인 사건 아니냐"며 "검찰 개혁 논리대로 하면 특검이야 말로 수사·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 보좌진이 '조작 기소 특검법'을 규탄하는 팻말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여당이 처리를 추진하는 이른바 '조작 기소 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서 위원장 진행에 항의하며 이석했다. 2026.11.4 © 뉴스1 황기선 기자
李 대통령 '셀프 구제' 위한 장치로 전락할까…'재판 개입' 우려도
향후 특검 수사에서 특검이 이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조작기소' 결론을 내리면, 공소청의 공소취소에 논리적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법안에서 논란이 된 공소취소 조항은 삭제됐지만, 결과적으로 특검이 공소취소를 위한 포석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검법 수정안에 따른 전체 수사 대상 사건은 총 12건으로, 이중 절반이 이 대통령 사건이다. 이 대통령 관련 사건으로는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비리 △대장동·백현동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김진성 씨 위증교사 총 6건이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기소가 적합한지 여부는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판단할 수 있는데, 이미 이름부터 '조작기소 특검'이라고 규정하고 수사하게 하는 것"이라며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주는 건 모양이 좋지 않으니, 결국 그건 삭제하되 특검의 수사 결과와 기소를 바탕으로 공소청에서 공소취소하란 꼴이 됐다"고 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사법권은 독립된 사법부에 속한다"며 "행정권에 속하는 수사기관, 그것도 재판 절차가 일시 중지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시조직인 특검이 확정되었거나 재판 중인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어 사법부에 앞서 먼저 판단하는 것은 사법권의 본질인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장은 "헌법상 권력분립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위헌 입법, 위헌 법률이자 위헌 특검"이라며 "만약 확정된 재판을 번복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다면 재심절차를 거치면 된다.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적법절차와 증거, 법리를 따져 차분히 유무죄를 결정지으면 될 일이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이 이해충돌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검법에 따르면 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각 1명씩 추천하고 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본인의 사건이 상당수인데 특검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주어지면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사람을 고른다'는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며 "게다가 민주당도 특검 후보를 1명 추천할 수 있는데, 대통령의 마음을 읽는 여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realkw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