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인 더 준다더니”…기초연금 개편해도 빈곤율 되레 상승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6일, PM 02:01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소득이 적은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하후상박’ 개편이 장기적으로 노인빈곤율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편 초기에는 빈곤 완화 효과가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약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연금 지출 역시 현행 제도보다 줄어들지만 고령화에 따른 전체 지출 증가세를 막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AI활용 제작
이미지=AI활용 제작
6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서 연금행동 주최로 열린 ‘불평등한 기초연금 개편을 위한 시민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주수정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 평가 및 대안 탐색’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정부의 하후상박 개편 방식을 적용해 추계한 2035년 노인빈곤율은 38.89%로,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예상되는 38.52%보다 0.37%포인트 높았다.

연구진은 정부가 추진하는 하후상박 방식과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 두 가지 대안인 보충적 소득보장(KGIS)과 최저연금보장(MP) 방식을 비교했다. 2024년 실제 기초연금 수급자를 기준으로 2035년까지 인구구조와 소득·재산 변화를 반영해 각 제도의 빈곤 완화 효과와 재정 부담을 분석했다.

하후상박 개편은 소득 하위 30%에 월 38만원, 30~45%에 35만 9000원, 45~70%에 35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해 노인빈곤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당초 정책 목표와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2024년 기준 하후상박 개편을 적용하면 노인빈곤율이 현행 35.87%에서 35.41%로 0.46%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2035년에는 현행 유지 시 38.52%, 하후상박 개편 시 38.89%로 빈곤율이 역전됐다.

급여를 적게 받는 노인도 상당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 하후상박 개편을 적용하면 기존 수급자 가운데 37.1%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계됐다. 소득 하위 30%에 급여를 집중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수급자의 급여를 억제하는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하후상박 개편이 저소득 노인에게 급여를 집중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빈곤 완화 효과가 약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소득 하위 45~70%에 속하는 노인의 급여를 사실상 동결하는 구조에서 빈곤선 변화와 고령층의 소득 분포가 맞물리면 빈곤율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부담도 과제로 남았다. 2035년 기초연금 총급여액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33조 2400억원, 하후상박 개편을 적용하면 28조 6800억원으로 추계됐다. 개편으로 4조 560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지만 2024년 현행 총급여액 24조 9000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조 7800억원 늘어나는 규모다.

기초연금 수급률 역시 현행 유지와 하후상박 개편 모두 2035년 69.3%로 추계됐다. 수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유지하는 한 급여액을 차등화하는 것만으로는 수급자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하후상박 방식 외에 두 가지 대안도 분석했다. 보충적 소득보장(KGIS)은 노인의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한 금액을 보충해 주는 방식이다. 2035년 노인빈곤율은 33.32%로 현행 유지보다 5.20%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계됐다. 다만 총급여액은 현행 유지보다 2.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연금보장(MP)은 일정 수준의 최저연금액을 보장하되 다른 연금소득을 반영해 부족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2035년 노인빈곤율은 34.61%로 현행 유지보다 3.91%포인트 낮아졌다. 기초연금 총급여액도 현행 유지보다 7.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MP 방식은 빈곤 완화 효과와 재정 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제시됐다. 다만 국민연금 등 기존 공적연금과의 관계를 재설계해야 하는 만큼 제도 전환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주수정 박사는 “하후상박 개편이 급여 배분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칠 경우 노인빈곤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기초연금의 역할을 단순한 급여 차등 지급에서 저소득 노인의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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