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생성한 이미지. (© 뉴스1/재판매 및 DB 금지)
"5성급 호텔에서 수입산 소고기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한우 1등급이라고 표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31일 대구의 한 5성급 호텔 뷔페에서 한식 조리사로 일하던 A 씨가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이다. 직접 찍은 사진도 첨부했다. 자신이 일하는 호텔에 대한 '내부고발'이었다.
당시 호텔은 5성급으로 승급된 지 약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A 씨의 신고로 한식 파트장은 실제 입건됐고 관련 내용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하지만 이 모든 폭로는 A 씨가 근무 태도와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징계가 검토되고 사직을 권고받자 앙심을 품고 꾸며낸 거짓이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결국 A 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우 둔갑' 신고에 시료 검사까지…파트장 입건·TV 뉴스로 번져
A 씨의 신고를 접수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은 호텔 육회 시료를 채취해 검사했다. 당시 호텔은 점심과 결혼식 행사에는 호주산 소고기를, 저녁에는 국내산 소고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저녁 육회뿐 아니라 원래 호주산만 사용해야 하는 점심 육회에서도 국내산과 호주산이 함께 검출됐다.
그러자 A 씨의 설명은 달라졌다. 처음에는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표시해 판매한다고 신고했지만,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는 한식 파트장 B 씨가 직접 소고기를 섞거나 자신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호주산을 섞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농관원 특별사법경찰관은 2024년 9월 27일 호텔을 다시 확인한 뒤 B 씨를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A 씨는 같은 내용을 언론에도 알렸다. 결국 같은 해 10월 호텔이 고의로 원산지를 속여 음식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보도까지 나왔다.
"왜 싼 호주산에 비싼 한우 섞나" 검사 질문에 '음식 재사용'으로 말 바꿔
그런데 A 씨의 주장에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대목이 있었다. 비용을 아끼려고 원산지를 속인 것이라면 값싼 호주산에 굳이 더 비싼 국내산 소고기를 섞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무고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A 씨에게 검사는 이렇게 물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점심에는 호주산만 쓰는 게 이득일 건데, 점심에 국내산과 수입산을 섞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러자 A 씨는 새로운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B 씨가 남은 육회를 재사용하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이었다.
"생각해 보니 전날 저녁에 남은 육회를 보관해 뒀다가 다음 날 점심때 제공하라고 시켰습니다. 점심때 남은 육회를 저녁에 섞어서 쓰라고도 했습니다."
A 씨는 검찰 조사를 받은 바로 다음 날 다시 국민신문고에 이런 내용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보건소는 닷새 뒤 호텔을 불시에 점검했다. 하지만 호텔은 사용하고 남은 음식물을 곧바로 폐기하고 있었고 이를 다시 제공한 사실도 없었다. A 씨가 무고 혐의를 추궁받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새 주장을 꺼낸 것이다.
A 씨의 무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총괄 주방장 C 씨가 호텔 지하 비상구에서 자신의 볼과 귀를 잡아당기고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렸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C 씨는 애초 A 씨를 호텔에 취업시켜 준 사람이었다. 이후 A 씨에게 문제가 생긴 뒤에도 비교적 호의적으로 대했고 새로운 직장까지 알아봐 줬다. 실제로 확인된 것은 C 씨가 격려 차원에서 A 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정도였다.
잇따른 신고와 내부 고발의 배경에는 직장 내 갈등이 있었다. A 씨는 불성실한 근무 태도와 근무성과 미흡, 여성 실습생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B 씨와 C 씨에게 여러 차례 주의를 받았다.
호텔 측이 징계 개시를 검토하고 사직을 권고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후 A 씨는 국민신문고 신고와 언론 제보에 나섰고, 법원은 A 씨가 인사 문제에 앙심을 품고 벌인 허위 신고와 제보로 봤다.
그뿐만 아니라 A 씨가 과거 근무했던 직장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과 고소·고발도 100건이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안경록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3일 무고와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안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인사 관련 문제에 불만을 품고 대형 호텔과 그 직원들에 대해 허위 신고나 제보를 반복했다"며 "수사 내내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거듭하거나 추가로 무고하는 등 처벌을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