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올해 일흔여섯이십니다. 평생 아버지 말이라면 거스르지 못하고 살아오신 어머니가 얼마 전 뜻밖에도 이혼하고 싶다는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이미지= 챗GPT)
저희 삼남매가 모두 결혼해 독립한 뒤에는 아버지의 간섭과 폭언이 오히려 더 심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도 눈치를 봐야 했고, 친정 식구들과 통화하는 것조차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머니가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다가 크게 다투셨습니다. 아버지는 무슨 여행이냐며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집어 던졌고, 이후 며칠 동안 어머니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 일을 겪은 어머니는 남은 인생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의 폭언과 간섭을 견디면서도 이혼할 생각을 하지 못해 관련 증거를 남겨두지 않으셨습니다. 게다가 집과 가게를 처분한 돈은 물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대부분 아버지 명의입니다.
아버지는 이혼은 절대 안 된다며, 정 나가고 싶으면 빈손으로 나가라고 하십니다.
50년 넘게 가정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가 이제 와서 아무런 재산도 받지 못한 채 집을 나와야 하는 걸까요?
-50년 넘게 참고 살아온 어머니, 지금이라도 이혼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습적인 욕설과 모욕, 지나친 간섭과 위협도 그 정도와 지속성에 따라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사연처럼 남편이 오랫동안 아내에게 폭언을 일삼고 외부 활동과 인간관계까지 통제했다면 민법 제840조 제3호 또는 제6호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결혼생활이 오랫동안 불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폭언과 통제의 정도, 부부 갈등이 지속된 기간 등을 살펴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파탄됐는지 판단합니다.
-어머니는 녹음파일도 진단서도 없습니다. 증거가 없어도 이혼할 수 있을까요?
녹음파일이나 진단서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직접 목격하거나 들은 폭언에 관한 진술, 당시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상담 기록 등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들이 아버지의 폭언이나 위협적인 행동을 직접 목격했다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자녀의 진술이라고 해서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이 내용의 구체성과 신빙성을 판단합니다.
법원은 ‘가사조사’를 통해 부부의 진술을 듣고 갈등이 깊어진 경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증거를 남기지 못했다고 해서 이혼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고, 자녀들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파트와 재산이 모두 아버지 명의인데, 어머니도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받을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에서는 재산이 누구 명의인지보다 부부가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르면 이혼할 때 부부가 함께 이룩한 재산을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직접 돈을 버는 경제활동뿐 아니라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 배우자의 사업을 돕는 일도 포함됩니다.
사연의 어머니는 50년 넘게 살림을 맡고 삼남매를 키웠으며, 남편의 가게 일까지 도왔습니다. 따라서 남편 명의의 아파트와 예금도 혼인기간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이라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결혼생활이 50년을 넘었다고 해서 반드시 재산의 절반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부부의 기여도 등을 종합해 분할 비율을 결정합니다.
-아버지는 절대 이혼해 줄 수 없다고 합니다. 끝까지 반대하면 어떻게 되나요?
남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인정되면 재판을 통해 이혼할 수 있습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하면 협의이혼을 할 수 있지만, 한쪽이 반대한다면 재판상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혼소송에 앞서 가정법원의 조정 절차를 거치며,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소송을 통해 이혼 여부를 판단받게 됩니다.
이때 법원은 한쪽이 이혼을 원한다는 사정만으로 이혼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혼인관계가 실제로 파탄됐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따라서 남편이 끝까지 이혼을 거부하더라도 오랜 폭언과 통제로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파탄됐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이혼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황혼이혼을 하면 남편의 퇴직금이나 국민연금도 나눠 받을 수 있나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가능합니다. 다만 퇴직금과 국민연금은 나누는 방식이 다릅니다.
퇴직금은 혼인기간 중 부부가 함께 형성한 부분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받은 퇴직금뿐 아니라 앞으로 받을 퇴직급여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분할 대상이 됩니다.
국민연금은 별도의 ‘분할연금’ 제도가 있습니다.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실질적인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고, 이혼한 사람이 법정 수급연령에 도달했으며, 상대방에게 노령연금 수급권이 있다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노령연금액의 절반을 나눠 받습니다. 다만 당사자 간 협의나 법원 판결에 따라 분할 비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6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