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키보드서 '극우'·'민주화' 추천 안 뜬다…애플 제한어 10만건 추산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7일, AM 09:28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아이폰 키보드에서 ‘극우’나 ‘민주화’ 같은 단어를 입력하려 해도 자동완성 추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애플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표현을 비롯해 일부 단어가 키보드 추천에 뜨지 않도록 제한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애플 아이폰듀오 모습. (사진= 연합뉴스)
애플 아이폰듀오 모습. (사진=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안 연구원 데릭 코프먼은 애플 운영체제(OS) 내부에서 대규모 추천 제한 단어 목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자를 제외해도 제한 대상이 약 1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어 목록에는 ‘극우’, ‘민주화’, ‘빨갱이’, ‘가카’, ‘히로뽕’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비속한 표현이 포함됐다.

영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독재자 트럼프’(dictator Trump),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잠꾸러기 조’(sleepy Joe) 등이 확인됐다. ‘티베트 독립’(Tibetan independence)과 ‘통일 아일랜드’(United Ireland)처럼 정치적 의미를 지닌 표현도 목록에 올랐다.

중국어에서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가리키는 ‘류쓰’(六四), 대만 독립을 뜻하는 ‘타이두’(臺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별명인 ‘시다다’(習大大)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욕설과 성적 표현, 인종차별적 단어도 제한 대상이었다.

다만 해당 단어를 아예 입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직접 타이핑할 수는 있지만 키보드의 자동완성 추천에서는 제외되는 방식이다. 입력을 원천 차단하는 금칙어(블랙리스트)와 구분되는 이른바 ‘그레이리스트’다.

키보드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고 글자를 이어 그리는 ‘스와이프 입력’에서도 일부 제한 단어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프먼은 로이터에 이를 “아주 가벼운 형태의 검열”이라고 평가했다. 부적절한 문구가 실수로 입력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어떤 표현을 제한하는지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권리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데이비드 그린 수석 고문도 원치 않는 공격적 표현의 추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단어 목록의 존재가 “다소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이용자의 입력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애플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용자는 특정 단어나 문구를 직접 입력할 수 있다”며 “아이폰 키보드는 부적절하거나 공격적일 수 있는 제안을 피하도록 설정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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