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알고리즘 중독 방지법 13건 쏟아질 때, 노인은 ‘0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9일, AM 05:41



[이데일리 이민하 김태섭 기자] 노인들을 숏폼 중독으로부터 보호할 제도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데일리가 22대 국회에 발의된 미디어 관련 규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청소년 관련 법안은 총 ‘13건’이었지만 노인 관련 보호 법안은 ‘0건’이었다.

최근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김태섭 기자)
최근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김태섭 기자)
◇“고연령층 제한은 기본권 문제”…청소년에서 멈춘 입법

미디어 이용 규제 법안을 낸 의원실들은 노인 규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미성년자 계정에 추천·몰입 유도 기능을 기본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청소년은 교육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지만 고연령층을 제한하는 건 결국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고연령층은 보호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본인이 직접 규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령자를 유일하게 ‘인공지능 취약계층’에 넣은 인공지능기본법 개정안을 낸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플랫폼 의무는 청소년에게만 지웠다.

인공지능기본법에는 고령자 보호를 국가 기본계획 수준으로만 담고 플랫폼에 구체적인 의무를 지우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아동·청소년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원래 아동·청소년 관련 법안을 꾸준히 발의했다”며 “최근 청소년 AI 챗봇 문제가 시급해 먼저 대응하다 보니 청소년 문제가 노인보다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63) 씨가 자신의 틱톡 라이트 보상 프로그램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태섭 기자)
최근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63) 씨가 자신의 틱톡 라이트 보상 프로그램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태섭 기자)
◇EU에선 철회한 ‘보상형 숏폼’, 한국선 청소년만 점검

이같은 제도적 공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 ‘틱톡라이트’다. 틱톡라이트는 영상을 20분 볼 때마다 1포인트, 출석하면 1포인트, 광고를 보면 20포인트가 더 쌓인다. 1포인트는 1원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50대 이상이 가장 오래 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은 틱톡라이트였다. 60세 이상은 한 달 동안 2244만시간을 이용했다.

하루에 5시간 꼴로 틱톡 라이트를 본다는 김모(63) 씨는 화면을 캡처해 가상자산 지갑 정보와 함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리면 하루 1억개씩 코인이 들어온다고 했다. 김 씨는 “포인트가 아니라 돈을 모으는 것으로 일종의 통장”이라며 “영상만 봐도 돈이 들어오는 데 안 할 이유가 있겠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틱톡라이트의 중독성을 우려해 차단하거나 차단을 검토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이 앱의 보상 프로그램이 중독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로 2024년 조사에 착수했다. 틱톡은 같은 해 EU 전체에서 보상 프로그램을 영구 철회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출시 2년 8개월 만인 지난 8월에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현장 점검 계획을 밝혔다. 그마저도 청소년의 보상금 인출 여부 등 청소년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틱톡라이트를 가장 오래 사용하는 중장년층은 보호 대상에서도 빠진 것이다. 틱톡코리아가 내놓은 안전장치도 이용자가 앱에서 스크린타임을 직접 설정하는 기능 정도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처럼 노인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층은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가 장애인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숏폼이 믿을 만한 자료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속아 넘어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해외의 청소년 알고리즘 규제 같은 제도가 노년층에도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도 노인 대상으로 알고리즘을 차단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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