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교통사고 대차료, 일률 기준 안돼…객관적 사용 가치 따져야"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9일, AM 06: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교통사고 피해 차량의 렌터카 대차료를 산정할 때 '객관적 사용 가치'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히 배기량과 연식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동급 차량으로 묶어 손해액을 계산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렌터카 중개서비스업체 퍼스트렌터카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임대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KB손해보험 가입자들의 과실로 발생한 여러 건의 교통사고가 발단이 됐다. 퍼스트렌터카는 사고 피해자들에게 파손 차량 수리 기간에 탈 차량을 빌려주면서, 이들을 대신해 KB손해보험에 대차료를 청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

퍼스트렌터카는 KB손해보험에 대차료를 청구했고, KB손해보험은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동급 차량의 최저 요금'을 기준으로 삼는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적용해 청구액 일부만 지급했다. 이에 퍼스트렌터카는 미지급된 차액 상당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퍼스트렌터카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국산차와 수입차의 차등 없이 '동일한 혹은 동종·동급'의 임대료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보험사 약관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1·2심은 퍼스트렌터카가 KB손해보험에 요구한 대차료 액수가 합리적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손해액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며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 역시 법원이 손해액을 산정할 때 자동차보험 약관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렌터카 업체가 청구한 액수를 그대로 타당하다고 인정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손해액은 '객관적 사용가치'가 동일한 대체물을 대차 시장에서 빌릴 때 드는 가액을 기준으로 엄밀하게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여 차량이 피해 차량과 제조사, 차종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고 같더라도 배기량과 연식까지 동일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짚었다.

이어 "피해 차량과 제조사, 차종, 배기량, 연식 등이 같은 자동차가 대차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제공되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대여 차량과 피해 차량의 객관적 사용 가치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지를 따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해 차량별로 객관적 사용 가치가 동일한 대체물을 시장에서 빌릴 때 드는 가액은 얼마인지, 대차가 필요했던 합리적인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심리해 대차 비용 상당의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날 다른 렌터카 업체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대차료 청구 소송 여러 건도 같은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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