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교육'은 아동학대? 인기 폭주 민속촌 콘텐츠 논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9일, AM 06:15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한국민속촌에서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준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귀신 교육’에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귀신으로 분장한 배우가 아이에게
귀신으로 분장한 배우가 아이에게 "엄마 말씀 이제부터 잘 들을 거야?"라고 묻고 있다. (사진=한국민속촌 운영 유튜브 '속촌아씨' 영상 캡처)
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민속촌이 위치한 용인시는 이달 중 아동 전문가, 경찰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 프로그램 운영 실태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귀신 교육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목격한 일부 시민이 정서적 학대라며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내용은 다음 달 15일까지 진행되는 한국민속촌 가을축제 ‘귀신사바 귀신놀이’의 프로그램인 ‘귀신 참교육’의 일부다. 주말이면 주변 도로에 긴 차량 행렬이 늘어설 정도로 방문객이 몰린다. 부모들이 “아이가 밥을 잘 안 먹는다” “TV를 너무 많이 본다” 등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귀신 분장을 한 연기자가 아이들을 붙잡고 “부모 말 잘 들어라”라며 호통을 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용인시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10여 건에 이른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관련 진정이 접수됐다.

용인시 관계자는 “(행사에 참여한) 미취학 아동 한 명의 신원이 특정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태 조사 착수가 곧 아동학대 유죄를 확정짓는 건 아니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물론 관련 정부 부서 측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귀신 교육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인데다 귀신들이 무작정 공포심으로 겁박하는 내용도 아니다. 아이의 반응에 따라 현장에서 귀신들이 적당한 피드백으로 조율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이러한 공포심을 통해 훈육하는 행위를 아동학대로 본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며 “법원 판결로 (아동학대라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 현 단계에선 제재를 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대응할 사안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라고 인정한다면)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까지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생기는 등 파생되는 문제가 적지 않다”고 했다. 유사한 민원을 접수한 성평등가족부는 이를 법무부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 사이에서는 “아이에게 두려움을 주는 교육은 트라우마를 남긴다”라며 아동학대라는 지적과 “어린 시절 ‘망태 할아버지’ 때문에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없다”며 행사를 옹호하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한국민속촌의 '어둠의 오은영 서비스' 홍보 영상. (사진=한국민속촌 운영 유튜브 '속촌아씨' 영상 캡처)
한국민속촌의 '어둠의 오은영 서비스' 홍보 영상. (사진=한국민속촌 운영 유튜브 '속촌아씨' 영상 캡처)
앞서 한국민속촌 측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아이들이 공포에 너무 많이 떨면 저희 귀신들 같은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현장 피드백 없이 그냥 자체적으로 수위 조절을 한다”며 “아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아무리 부모님의 훈육 요청에도 안 된다고 설명을 자세하게 드리면서 저희가 중단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공포심을 통한 훈육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곽기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보험이사)는 “미취학 아동이 사전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공포스러운 상황에 노출돼 매우 놀라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 아이에 따라 일시적인 수면의 어려움, 불안·회피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아이가 일회성으로 놀란 것만으로는 학대로 보기 어렵지만, 부모가 무서워하는 아이를 반복해서 데려갔다면 정서적 학대로 인정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수경 법무법인 영 변호사는 “수위를 봤을 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판례상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폭넓게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가 동의했다고 해도 아이의 신체적·정서적 측면에 관한 모든 결정 권한을 부모가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에게 실제 위협이나 공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의 반응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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