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열어가는 한국 대학의 생존과 미래[전문가 칼럼]

사회

뉴스1,

2026년 November 09일, AM 06:30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오늘날 한류는 단순한 문화 콘텐츠의 유행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과 문화적 감수성을 바꾸는 글로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작은 휴대전화에서 시작한 한국의 한류는 K-팝과 K-드라마, 영화, 음식, 패션 등으로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의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외국인에게 한국은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의 나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문화를 선도하는 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대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제는 한류를 통해 우리말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세계인을 선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류가 교육으로 이어지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사람들이 한국어의 매력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한국에서 직접 공부하고 생활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된 것이다. BTS의 노래를 들으며 '소복소복'이 무슨 뜻인가 하고 한국어 사전을 찾아보는 시대가 됐다.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시청하고 싶다는 외국인이 늘어, 한국어 학습이 한국 유학이라는 구체적인 선택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많다.

한글날인 10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예술문화원 주최로 열린 '광화문광장 휘호대회'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직접 쓴 한글 휘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뉴스1 박세연 기자

이는 한국 대학에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과거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주로 학위 취득이나 취업 기회와 같은 실질적 목적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문화적 호기심과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유학 동기가 되고 있다. 한국어는 더 이상 한국인만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인들이 배우고 활용하는 국제적 소통의 언어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붐을 단순히 유학생 수의 증가라는 양적 성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제 대학은 한류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한국어 학습에서 학문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한류가 한국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면, 대학은 그 문을 통해 들어온 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기반
한국어를 세계에 확산하는 일은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어의 정확성과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세계인이 쉽게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학문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필요한 한국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대학 강의 및 전공 학습에 필요한 학문 목적 한국어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어 교원 양성과 전문성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것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다른 전문 영역이다. 한국어의 음운, 문법, 어휘, 담화 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물론 다양한 문화권의 학습자 특성을 고려한 교수법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대학의 한국어학과와 한국어교육 관련 학과는 이러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국어의 세계화는 한국어를 무조건 널리 알리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가 세계 여러 언어와 문화 속에서 존중받고, 학습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언어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세계화가 이뤄진다.

국제화의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간 경쟁 심화, 지역대학의 위기 등 한국 대학이 직면한 현실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의 국제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구성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유학생을 단순히 대학의 학생 충원이나 재정 확보를 위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8월 25일 진행된 '202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외국인 졸업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김기태 기자

대학은 유학생 유치에서부터 입학, 교육, 생활, 졸업, 취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입학 단계에서는 학생의 학업 역량과 한국어 능력을 고려한 적절한 선발이 이뤄져야 하며, 입학 이후에는 전공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과 학습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주거, 의료, 상담, 진로 및 취업 지원 등 대학 생활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지역대학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지역 산업체와 협력해 유학생에게 현장실습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의 문화와 산업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유학생은 지역사회의 새로운 인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의 인구 및 산업 문제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류의 다음 단계는 대학의 경쟁력이다
한류는 한국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자산이다. 그러나 문화적 관심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한류가 만들어낸 관심을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의 확산을 교육과 학문, 인재 양성으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한국어가 있다.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교육의 수혜자가 아닌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이제 한국 대학에 필요한 것은 유학생 유치의 양적 확대만이 아니라 교육의 질적 성장이다. 한국어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고, 유학생이 학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졸업 이후에도 한국 사회와 지속해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류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이제는 한국 대학이 세계의 미래문화를 개척해야 한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지식을 얻고 꿈을 키우며, 훗날 세계 곳곳에서 한국과 자국을 연결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한류를 교육의 가치로 승화시키는 길이며, 한국 대학이 세계 속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오늘날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유학생이 없으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베트남이나 몽골, 우즈베키스탄이 우리나라 대학의 명맥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 유학생을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우리의 문화를 교육으로 승화시켜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opini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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